^*^ 추 억/산행 및 여행

2007년, 남설악 주전골-흘림골 등산

소우(小愚) 2007. 10. 7. 16:35

 

 

 

 

▶▷ 남설악이 만든 최고의 비경, 등선대에 오르다.

 

새벽 5시 30분, 핸드폰소리가 요란스럽다.

동행자가 늦잠을 자 결국 6시가 되어서야 강릉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양양을 지나 남설악 오색에 도착한 시간이 7시 10분,

서둘러 주차 후 짐을 나눠지고 오색약수가 있는 계곡을 따라 주전골로 향했다.

 

오색이란 이름은,

다섯 가지의 색을 가진 오색화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주전골은 승려를 가장한 도적들이 쥐들이 사는 이 곳 동굴에서,

위조 동전을 제작하였다는 전설에서 명명되었는데,

실재로 2006년 수해로 동굴이 발견되고 다수의 동전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 때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고,

공사도 한창 진행중이라 탐방을 할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는데,

다행히 유실된 등산로를 철근으로 골조를 세우고,

그 위에 나무널판을 덥고 고무로 충격을 흡수하도록 등산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뭄 탓인지,

수량이 부족하고 계곡이 인위적으로 조성되어,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기암절벽과 풍경이 퇴색된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전골의 풍경들은,

그런 우려를 충분히 상쇄할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다.

 

천천히 워밍업 하듯 걸어,

용수폭포에 이르자 작지만 아담한 폭포를 만날 수 있었다.

이 곳 용추폭포 위에는 귀두가 멋지게 살아있는 남근석과,

아침햇살이 마치 녹음에 부서지듯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한다.

 

용추폭포를 감상하고,

뒤돌아 내려오다 흘림골 방향으로 가고 싶은데,

입산제한 표시가 되어 있어 주저하는 찰라,

몇몇 등산객이 오가는 모습이 눈에 띠이기에 우리 일행도 부랴부랴 진입했다.

 

하지만 등산하는 내내,

아직 채 정비되지 않은 등산로와 안내 표지판이 유실된 곳이 적잖았다.

단풍도 듬성듬성 붉은 빛으로 채색되었을 뿐,

10월 둘째 주나 셋째 주가 가야 절정일 듯 싶다.

그리고 가뭄으로 수량이 적어 폭포의 흔적만 보여줄 정도로 아기 오줌 누듯 졸졸거리고 있다.

 

주전골의 용추폭포나,

흘림골의 12폭포, 등선폭포 여심폭포 등,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기대했으나 적잖은 실망감만 남기게 되었다.

그리고 12폭포를 건너는 다리가 유실되어 철골 구조에 널빤지만 고정되지 않은 채 놓여있어,

건너는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또한 이 곳부터는,

등산로가 유실되어 흘림길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돌과 나무뿌리에 의지하며 거의 기어가다시피 하는 산행을 이어가야만 했다.

그러나 이 구간은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그 고생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작은 언덕을 하나 오를 때마다 보여주는 기암절벽의 화려함에 절로 넋을 잃게 하는 곳이다.

 

이렇게 계곡을 따라,

트레킹 하듯 얼마간 올라가자 드디어 등선폭포가 나타났다.

하지만 신선이 노닐 정도의 웅장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 곳에서부터 등선대에 오르기 위한 힘든 여정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코스 역시 올라가면서 점차 눈에 들어오는,

맞은 편 산의 경치와 등선대의 웅장함을 감상하기에 바쁘다.

깎아질 듯하게 이어진 돌계단과 철계단을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명암으로 인하여 다르게 보이는 산자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등산객들이 이렇게,

힘든 여정을 마다하지 않고 등산을 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으리라.

폭포처럼 쏟아지는 땀과 차가운 물 한 잔,

그리고 다람쥐가 먹다버린 잣송이에서 잣을 먹고,

떨어진 머루를 주어먹으며 오르다 숨이 턱에 차올라 더 이상 못 갈 즈음에야,

볼 수 있는 비경이 바로 등선대다.

 

순간 모두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정상이 바로 등선대가 아닐까 싶다.

한계령의 굽이굽이 도로와 그 도로 따라 펼쳐진 만물상과 기암절벽이 만든 비경은,

아마 이 곳 남설악의 백미일 것이다.

 

등선대 정상에 서자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정상에 서자 한계령휴게소가 한 눈에 들어오고 아스라이 보이는 서부 능선과,

동해바다의 모습에 매료되어 버린다.

 

녹음이 만든 파란 바다에,

구름이 한가롭게 떠가고, 녹음 바다를 가르고 범선처럼,

우뚝 서 있는 회백색의 기암과,

그 기암 사이로 물들어가는 단풍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아마 이 곳이 설악산의 비경 중에서도 최고가 아닐까 감히 단언할 정도로 최고다.

 

멋지다!!

아름답다!

신비롭다 란 말 이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등선대를 내려가자 좌측으로 그렇게 기대했던 여심폭포가 보인다.

여자가 쪼그려 앉아 오줌누는 듯한 여자의 성기를 닮은 바위틈사이로 물을 토해내고 있다.

아!! 이래서 여심폭포란 이름이 붙었구나!!

절로 고개가 끄떡여질 정도다. 

 

여심폭포를 내려가자 마침내 한계령 도로와 만나게 된다.

이 곳에서부터 오색주차장까지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만물상과,

도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는 맛도 꽤 즐겁다.

 

 

◇ 코스 : 오색약수터-용추폭포-12폭포-등선대-

      여심폭포-한계령도로-오색탐방관리소  

◇ 소요시간 : 9시간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