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봄 쑥 뜯기

소우(小愚) 2011. 4. 25. 13:56

  

 

   요즘 난,

   쑥 나물 뜯기 재미에 푹 빠져 산다.

   아내의 “쑥국을 먹고 싶다.” 란 말 한마디에,

   등산을 팽개치고 쑥 뜯기에 나선 것이다.

   물론 애당초 쑥을 뜯기 위해 작정한 것은 아니다.

 

   강릉 바우길을 걷기 위해,

   보광리 명주군왕릉에 갔다가, 채 피지 않은 참두릅 보면서,

   일행과 봄나물에 대한 얘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쑥 얘기를 하게 되었고,

   또 인근에 쑥이 가득한 묵밭이 있어 산행을 마치고 쑥을 뜯기에 이른 것이다.

 

   어쨌거나 봄나물의 대명사는 아마 쑥이 아닐까 싶다.

   봄에 쑥 나물을 세 번만 먹으면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이 아니더라도 예로부터 쑥의 효능이 탁월함은 입증된 사실이다.

 

   바우길 곳곳마다 쑥이 넘쳐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뜯을 수 있는 나물이지만,

   실상 뜯기 위해서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나물로 먹을 여린 쑥은 묵은 순과 섞여 있어 채취하기가 쉽지 않다.

 

   쑥은 어린 햇순을 먹는다.

   대부분 쑥으로 국을 끓여 먹지만,

   전을 부치거나 튀김가루를 입혀 튀겨서 먹기도 하는데,

   한 입 물면 입 안 가득 쑥 향이 도는 향긋함에 절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또한 먹거리가 귀했던 어린시절처럼,

   쑥떡이나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어도 감칠맛이 너무 좋다.

   전번 주 비닐 팩으로 한가득 뜯어간 쑥으로 전을 부쳐 먹은 맛이 너무나 좋아,

   이번 주도 결국 쑥밭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친구가 마련해 준 어린시절 추억의 연필을 깎았던 도로코 칼을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쑥이 눈앞을 가득 있어,

   등산도 대충대충하고 우린 또 다시 묵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남자가 쑥을 뜯기에는 다소 안 어울리는 감은 있지만,

   그래도 쑥이 주는 그 향기가 좋으니 어찌하겠는가?

 

   어느 정도 자란 쑥을 모우기 위해,

   한참동안 쪼그려 앉아 쑥을 뜯노라면 다리도 저리고 어깨도 뻐근해져 온다.

   그리고 목도 아파오고 눈도 침침해지지만,

   봉지로 차곡차곡 쌓이는 쑥을 보면, 힘들다가도 다시 뜯게 되니,

   어느새 나도 곰처럼 아줌씨로 변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말린 쑥은 주로 한방에서,

   뜸의 재료로 쓰였는데 잎의 흰털이 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즙을 내어 상처에 바르기도 했고,

   단오 이전에 뜯어 그늘에서 말린 것을 복통이나 구토 지혈에도 사용하였다 한다.

 

   거기에다 모기를 쫒는 모깃불로도 이용하였고,

   잡귀를 쫒기도 하였으며, 여린 잎을 말려 차로 마시기도 했다.

   쑥은 우리나라 개국신화에서 <곰이 쑥 1다발과 마늘 20개를 먹고 사람으로 되었다.>는,

   동화 속 얘기처럼, 신비한 효능을 지닌 식물로 귀중하게 대접받았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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