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길들여진다는 건

소우(小愚) 2010. 1. 27. 13:48

   어른이 되면 뭐든지 될 줄 알았다.

   원하기만 하면 마법처럼 눈앞에 이루어질 것 같았다.

   비록 지금은 힘이 들지라도, 나중에는 원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 그렇게 힘들었던 순간들은, 차라리 행복이었음을 그 때는 미처 몰랐다.

   책임과 의무가 없다는 것이, 얼마만큼 자유로운 것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었다.

   잘못을 저지르고 못된 행동을 해도,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회초리 하나면 해결되었다.

 

   어릴 적 꿈이 뭐였을까?

   가난 때문에 제대로 꿈도 꿔보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운명에 떠밀러 그저 눈앞에 지나치는 희비에 따라 울고 웃어온 인생이었다.

   먼저 사랑에 다가가기도, 말을 건네기도 머뭇머뭇하다가,

   결국 뒤돌아 혼자의 생각 속에 머물렀던 시간이었다.

   목숨 걸고 도전하거나 위험에 마주대할 용기도 없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익숙한 것이 아니면 외면하고 살았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조금만 더 가졌으면 좋겠는데 하면서도,

   그것을 향해 선뜩 다가서지 못하고 끝내 포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그래서 언제부터 이러한 행동이 익숙함으로 길들어져 버려 정작 나설 때 나서지 못하고,

   지킬 것을 지키지 못하는 나약하고 소심한 성격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꿈을 거둬들이는 것도, 꿈을 꾼 자만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 꿈이 좌절하지 않고 곱게 자라 뿌리를 내리는 경험을 가진다는 건,

   사람의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한 번 그 길을 가본 경험이 있기에,

   새롭게 무슨 일에 도전해도 용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다다갈 수 있다.

 

   실패의 경험에 한번 길들어지면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린 행복했던 경험보다 실패했던 경험에 더 쉽게 익숙해진다.

   아는 사람의 병문안이나 장례식장에 다녀올 때면 자신의 건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열심히 운동해서 살아생전 활력이 넘치는 건강한 삶을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우린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른 사람의 불행이 내게만은 닥치지 않도록 바라지만,

   우린 어떤 형태이든 불행이란 놈과 동행할 수밖에 없으며, 극복하여 과정을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란 것일 게다.

   젊은 사람치고 병에 걸려 아픈 사람을 제외하고는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상사(喪事)를 많이 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죽음에 대해 익숙해진다.

   불행과 두려움도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그것들을 가까이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무엇인가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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