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난 사람이 그립다.
어머니의 품 속 같고, 누이의 마음 같은 사람의 향기가 그립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나의 모든 것들을 알 것 같은 투명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리운 사람의 어깨에 가만히 기대어만 있어도,
그저 행복할 것 같은 그런 사람 말이다.
살아가는 동안 잡다한 일들로 상한 마음이 누워 쉴 수 있는 공간 같은,
어린 시절 평상에 누워 바라보던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생각나게 하는 추억과 같은,
먼 산언저리를 감싸 안은 구름처럼 아스라한 그리움이란 조각과 같은 지난 시절 고마움 사람들의 따스함이 그립다.
마음을 취하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리움이다.
지금 베란다 창문을 열고 낙엽이 떨어지는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며,
두 눈을 감아보라.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후각을 자극하는 커피 향처럼 가슴에 남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희미한 얼굴이 떠오르고,
가슴이 말하던 고백과, 함께 듣던 발라드 음악과,
나란히 걸었던 거리와, 울며, 웃으며,
함께 했던 일상들이 금방이라도 살아나 달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생각해보면, 무엇을 보고, 듣고,
여행한 경험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 함께 한 경험만큼 소중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마음의 정이 없는 사람은 그리움을 모른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간절히 사랑하고 원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그리움을 모른다.
또한 가슴을 도려낼 듯한 마음의 상처를 간직하지 않은 사람은 그리움을 모른다.
한 때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지난 사랑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었다.
지금의 사랑이나 지난 사랑이나 모두가 내가 가진 사랑이다.
지난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사랑을 부정하면 자신의 인생 역시 존재의 가치를 잃게 되는 것이다.
지난 사랑이 가슴에서 숙성되어 그리움이란 술이 되어 취할 즈음에 와서야,
비로소 사람은 사랑의 깊은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토록 뜨거운 사랑을 원했을 때 어찌 이별의 아픔을 알았겠는가?
미칠 듯이 사람이 보고 싶었을 때,
어찌 그 사람을 추억 속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으랴.
사람의 힘으로 인연을 만들 수 있다면 어찌 마음에 남는 안타까움이 존재하겠는가?
사랑은 세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보듬어 안는 것이다.
그래서 이별할 때의 상처를 평생 되돌려 갚아주고 싶던 원망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이란 빛깔에 물들어 지난 추억이 생각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아려오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금방 갈아놓은 칼날처럼 비수가 되어 찌르던 후회들도,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 윤곽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희미해지면,
차라리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리움으로 변해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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