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친구란 자신과 닮은꼴이다.

소우(小愚) 2009. 10. 15. 13:46

   사람은 체질적으로 남의 불행이나 고통에 대해서는 내 일처럼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은 열 번을 웃어도 불행하다고 하면서 남들은 한번만 웃어도 행복해 보인다고 부러워 한다.

   보통사람들의 삶이야 거의 다 오십보백보다.

   나만 삶이 힘들고 어려운 것 같지만,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만나 속사정을 들어보면 비슷한  어려움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듯이 친구란 자신과 닮은 사람들이다.

   학연이나 지연에 의해 자연적으로 친구란 인연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진정한 친구는 대부분 자신과 처지나 성격이 비슷하거나 사는 정도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

 

   많은 철학자들은 변치 않는 우정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난 우정이든 사랑이든,

   시대의 가치에 따라 변화할 줄 알아야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변하는데 변화하지 않으면,

   그것은 우정을 한걸음 더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태시키기 쉽다.

   세상에 가장 변화가 심한 것은 하늘도 아니요, 바다도 아니요, 구름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맹자나 순자와 같은 위대한 선인들은 가장 선한 것도 사람의 마음이요,

   가장 악한 것도 사람의 마음이라 했다.

   그렇게 조석지변하는 마음이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것도 마음이다.


   친구라면 그저 편안하게 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런 친구는 나무와 같아 우정이 쌓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뿌리를 내리고 곧은 가지를 뻗고 잎이 무성해지려면 사나운 폭풍과 비바람을 견뎌야 하듯이 세월을 이겨야 한다.

   친구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정(情)이다.

   情이란  사소한 것에도 변하기 쉽고, 자기의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섭섭해 한다.

   이런 시련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견디고 이긴 뒤에야,

   어려운 일이나 기쁜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우정이란 뿌리를 비로소 내리게 되는 것이다. 


   오래도록 친구 사이를 유지하는 쉬운 사람은 취미가 같은 사람일 것이다.

   요즘 등산을 취미로 하면서  나와 취미가 같고 생활패턴이 비슷한 사람의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같이 산행을 하면서 딱히 서로에게 위로가 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것들을 주제로 삼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면,

   그래도 삶이 덜 외롭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자유니 편하니 하면서 주말이면 홀로 산행을 즐기지만 사실은 마땅하게 같이 동행할 사람이 없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친구는 서로에 대해 좋은 것이나 나쁜 것들 모두를 알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서로 허물이 없다.

   서로의 결점을 알고 있기에 오히려 더 깊이 이해하고 신뢰하는지도 모른다.


   친구를 흔히 <제2의 자기>라고 한다.

   자신의 분신과 같은 사람이 어찌 자신과 다를 수 있을까?

   그래서 친구란 바로 자신과 닮은 사람일 수밖에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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