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착각

소우(小愚) 2009. 8. 12. 10:19

    내가 없는 세상은 이미 나의 세상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가 없다 해서 세상이 윤회를 멈추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없는 세상은 또 다른 누군가의 세상이 되어 세월과 함께 할 겁니다.

    분명히 나는 세상이 나를 볼 때는 작고 미미한 존재이지만,

    때때로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어 세상을 변화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한사람의 힘은 미미하나 뜻이 모이고 의지가 모이면 커다란 힘이 되기도 하니까요.

    바다도 처음에는 한 방울의 물로 시작되었듯이,

    커다란 건물과 튼튼한 나무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태풍도 처음에는 한줄기 바람조각으로 시작되었죠.

    그렇게 우린 변화의 중심에 서기를 원하면서도 우습게도 직접 뛰어들어 주도적으로 나서기는 꺼려합니다.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자신이 다니던 직장이나 조직의 부당함이 싫어 떠나고 나면 잘 안될 것 같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경험한 적 있을 겁니다.

    일거리나 돈이 없어 망해도 사람 없어 망한 조직은 없습니다.

    자신만이 최고이고 경험 많은 유능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당장은 조금 어려움을 겪을지 모르나,

    없어도 어떻게 하든 흠집이 매워지는 것이 조직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절이 떠날 수는 없는 것처럼,

    조직에서의 일이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르면 스스로 그 조직을 떠나면 됩니다.

    또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많고 먹여 살려야 할 식구들이 많다면,

    싫어도 조직에 순응하고 사는 것이 옳습니다.

    사람이 사는 것은 다 '오십보백보’라지만,

    스스로 못나 보이고 절박한 것은 어쩌면 자신의 욕심 때문이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는 말처럼 내가 그 자리에 존재하기에 해야 할 일이 주어지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사랑도 일종의 착각에서 시작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 거라는 막연한 가정에서 출발하는 것이죠.

    제 눈의 안경이란 말도 있듯이 각자마다 호감을 느끼는 유형은 천차만별입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본인은 열정에 몸부림칩니다.

    그 사람이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을 것 같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

    말 한 마디 한마디에 감동하게 되고, 잠시라도 떨어져 있는 것조차 마음 아파하죠.

    그런 사랑이 평생 이어진다면 과연 서로 행복할 수 있을 까요? 

    진실한 사랑은 시간이 만들어주는 열매라 할 수 있습니다.

    첫 눈에 반한 사랑도, 평생을 같이한 사랑도, 사랑을  하는 동안은 그저 사랑일뿐이죠.

    어느 누구도 감히 그 사랑을 재단할 수는 없는 것이죠.

    사랑을 할 때, 지난 사랑은 이만큼 주었으니까 이번 사랑은 요만큼 주어야지.

    하고 나누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서로 그 가치를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랍니다.


    사람은 길들여지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뜨거운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마치 당연하다는 그저 그런 느낌으로 익숙해져버리게 되고,

    변심에 대한 마음의 조급함이나 그리움의 크기도 점차 작아지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약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결혼하여 아이가 태어나면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어머니의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나누어지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소홀하게 마련이죠.

 

    시작과 끝이 다르고 처음 경험과 다시 가는 길이 다르듯이,

    이런 변화는 오히려 당연한 것인데도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고 착각하고 삽니다.

    그러나 바람이 불고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고 살지 않듯이,

    자신은 자신의 변화를 잘 모르고 삽니다.

    그러다 변화가 갈등이 되고 아픔이 되고 난 뒤에야 아파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늘 한자리에 서있는 바위나 나무도 세월의 풍상을 겪으면 시련을 겪기 마련인데,

    자신의 마음은 한결같다고 생각하는 거죠.

    어린 나무가 가지를 내리고 뿌리를 뻗듯이,

    어린시절 코 묻은 얼굴에는 어느 날엔가 주름살이 늘어났음을 문득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때 늦었다는 사실을 압니다.


    내일이 와도 또다시 오늘과 똑같은 현실이 이어질 뿐이지만,

    때로는 되돌아 후회하거나 망각하면서  힘든 이 시기를 지나면 행복하리라는 희망에 기대어 삽니다.

    때때로 힘이 들 때면 자식에 대한 교육이든, 작금의 현실이든, 모두 팽개치고 달아나고 싶지만,

    내일도 여전히 우린 현실에 머물러 있음도 압니다.

    언제부터 나만의 인생이 부모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함께 지고 가야할 위치에 있음을 자각하게 되면서부터,

    혼자만의 자유를 잃어버리고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는 내가 싫으면 그만이라고 하면서도 살다보면 싫어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알게 되죠.

    지난 세월이 추억으로 남아있기에 행복하다는 것도. 

    그리고 착각에 빠져있었던 시간이 어쩌면 내게 최고의 선물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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