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사람만큼 사람을 추(醜)하게 하는 것은 없다.

소우(小愚) 2009. 7. 31. 14:11

    추(醜)함은 내 몸에 낀 때와 같다.

    아무리 씻어도 잠시 움직인 뒤 또다시 밀면 어김없이 밀려나온다.

    항상 내 몸과 함께하기에 익숙해져서는 안된다.

    추함은 잊고 익숙해질수록 병이 되어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다.

    조금씩 갖고 있는 흠집이 모여 인연이 되고, 우정이 되고 사랑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묘하게도 자신이 가진 흠집에 대하여 알고 있으면서도,

    타인이 지적하는 흠집에 대하여는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고 도리어 화를 내거나 싸움의 빌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누구나 막론하고 내가 가진 흠집으로 인하여 지금의 나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푼 상처나 과거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싫어하기 마련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다보면,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상처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알려줘서든 우연이든 이러한 것들을 알면, 대부분 사람들은 모른 척 숨겨주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때때로 이것을 빌미로 이용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세상에게 죽음이 새로운 시작인지는 몰라도 사람에게는 끝일뿐이다.

    죽어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 해서 그것이 바로 연속성을 갖지 않는 바에야, 

    생명의 단절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포기는 바로 자신이 갖고 있는 상처나 행복과의 이별을 의미한다.

    다소 염세적일 수 있지만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람이나 사람이 속한 세상은 자정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바로 이러한 포기라는 과정을 통해 우린,  추(醜)함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내면으로는 자신만의 견고한 성을 쌓는 사람도 있다.

    세상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은 사람은 세상의 어떤 누구도 믿지 못한다.

    그래서 상처가 더 아플까봐 결코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남을 위해 한번도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자신을 위해서라면 눈물을 흘린다.

    바로 참회의 눈물이다.

    양심이란 거울에 의해 나오는 참회의 눈물은 이러한 마음속의 추함을 씻어준다.

   

   남을 이해한다는 출발점은 바로 그 사람의 과거를 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어떤 성장과정을 통해 인격이 형성되었는지 먼저 알아야

   그 사람이 앞으로  하고 싶은 꿈이나 행동양식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왜 지금과 같은 삶을 사는지?

   어떤 꿈과 어떤 상처를 가지고 사는지?

   한번쯤 그 사람이 가진 고통이나 외로움을 나눠지려고 노력해 본 적도 없으면서,

   그 사람이 내게 주는 달콤한 향기만 탐해서는 안 된다.

 

   가면을 쓴 나의 추함을 감춘 채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만을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어떤 잘못은 항상 일방적이라기보다는 쌍방적인 측면이 강하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잘못의 원인은 하나일지 모르지만 결과는 언제나 서로의 주장이 부딪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린 쉽게 양심의 소리를 외면한 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남의 슬픔을 이용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자는 언제가 자신은 피눈물을 흘리기 마련이다.

    또한 진정한 추(醜)함이란 자신이 잘못을 범했음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다.

    스스로가 모자람을 알아야 부끄러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항상 남을 이용하는데 익숙하고 남의 결점을 딛고 우위에 서려고 원하는 자는,

    스스로는 잘못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사과하지 못하며, 혹여 주변이 알까 하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도 점차 타성에 젖어 익숙해지면 마치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죄 지은 자가 반드시 벌을 받고, 잘못을 저지른 자가 사과하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윤리며, 사회의 정의이자 사람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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