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사랑한다는 것은(2)

소우(小愚) 2009. 8. 5. 13:09

    사랑은 서로가 한 방향을 바라볼 때 이루어진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는 모르겠지만,

    열정이 가라앉을 때쯤이면 서로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아닌지는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서로가 같은 느낌을 가졌다면 자연스럽게 사랑이 이어질 것이다.

    반면,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다름에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같은 방향으로 가기를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일 뿐이다.

    내가 너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주었으니까 너도 날 사랑해야 한다는 억지에 불과하다.

    이런 사랑은 결국 언젠가는 서로에게 불행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랑이란,

   오랜 세월동안 서로의 마음을 밀고 당기며  닮아가는 과정이라 한다.

   결혼생활을 오래한 노부부의 얼굴이 닮아있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 닮아가는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바라보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큰 바위 얼굴처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닮아가는 것 같다.

   다른 곳에서 태어난 것처럼 닮은 곳 하나 없어도 늙어 죽을 때면,

   아들은 아버지 모습으로, 딸은 어머니 모습으로 닮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부모 자식간에는 결코 원수가 되는 법이 없다.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 닮아가기 위해 똑같은 항로를 따라가는 배와 같은 것이다.


    매일 같이 있으면서도 항상 그리운 사람이 사랑이다.

    매일 같이 있으면서도 항상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이다.

    늘 풍족하리만치 주었음에도 무엇인가 부족함이 없는지 아쉬워지고,

    눈앞에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품에 안지 않으면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받지 못해 슬프고,

    그대를 위해 무엇인가를 챙겨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게 행복을 느낀다.

 

   정말 나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속이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 했다.

   첫 눈에 반한 사랑이든,

   오랜 세월을 두고 정(情)이 쌓여 생긴 사랑이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같은 삶을 결심하기까지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다.

 

   스스로 마음의 안온함을 느껴야

   누구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사랑만큼 끝이 없는 것도 없다.

   하나의 의미가 사라지면 또 다른 의미를 달아 붙잡아 두려고 한다.

   사랑하다 헤어진다고 해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사랑의 크기도 점차 커져만 간다.


    한번 사랑에 실패했다고 해서 다시 사랑할 수 없다면 어떻게 살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처럼,

    사랑을 해도 이루어지기 힘든 시기의 사랑은 대부분 슬프고 고통스러운 상처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또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픔보다는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이고 제 멋에 산다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사랑 역시도 내 인생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나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랑은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

    서로 좋아해서 사랑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함께하다보면 정이 든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했느냐 안했느냐는 평소도 그렇지만 위기에 왔을 때 마음가짐이 다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온전하게 마음을 공유할 수는 없다.

    한 동이 만큼의 사랑을 가지고 있어도,

    항아리를 내밀지 않고 바가지를 내밀고 있다면 어찌 완전한 사랑을 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내가 선택한 사랑이기에 넘치는 사랑을 끊임없이 주어도 결코 아깝지 않다.


    어쩜 사랑이란 '나' 본연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나’를 모르기 때문에 나와 닮은 또 다른 형상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것일 게다.

    다른 형상을 통해 좀더 나은 '나' 구현하려는 욕망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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