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7년, 평창 오대산 적멸보궁

소우(小愚) 2007. 11. 19. 15:11

    

 

   

◆◇ 중학교동창들과 다시 찾은 오대산

 

누가 나 보고 오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고르라 하면,

난 서슴없이 오대산 일주문에서 부도 까지의 전나무 숲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과 가끼이 하고픈 인간의 욕망 때문에 바벨탑을 세웠다고 하지만,

하늘의 찌를 듯이 끝이 없는 전나무에 오를 수만 있다면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열사람이 안아도 안을 수 없는 수백년을 살아 온 전나무의 숲...

단 일분이라도 이 숲을 거닐어 본 사람이라면 대자연이 주는 무게앞에 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고, 

잣나무의 향기에 취해 저절로 가슴 깊은 곳 까지 청량한 기운이 맴도는 것을 절로 느끼게 되고,

태고의 자연의 신비 앞에 초라 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오대산은 중국 산서성에 있는 청량산의 별칭으로,

중국의 오대산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대란,

달 뜨는 모습이 천하제일인 만월산이 자리한 동대 관음암,

물의 빛깔과 맛이 독특하고 보통 물보다 무겁다는, 한강의 발원인 우통수란 우물 옆에 자리한,

자그마한 너와지붕의 서대 연불암, 그리고 장령산의 수정암, 비구니 참선 장소인 기린산의 남대 자장암,

멀리서 보면 코키리 머리모양 처럼 생긴 상왕산의 북대, 미륵암 또는 상두암,

그리고 오백의 문수보살이 모신 중대 사자암을 통틀어 오대라 했다.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 차에서 내리자 주변은 온통 얼어 있다.

이미 늦가을이라 낙엽이 떨어진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들어낸 채 부들거리며 웅웅 소리내어 떨고 있고,

살의 에일듯한 찬바람이 휭그라니 불어와 마음 마저 얼리고 있다.

 

아직 친구들이 도착하지 않아 기다리는 내내 발을 동동 굴렀다.

금방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았기에 떨면서 기다렸으나 도착하지는 않고,

배가 고파 유천에서 막국수를 먹고 온다니...

                 

오대산은,

겨울에 비로봉(1,563m)에서 상왕봉(1,491m) 능선에서 즐기는 겨울산의 정취는 정말 아름답다.

비로봉에서 보는 눈꽃의 신비로움과 능선에서 즐기는 비료푸대의 눈썰매,

구룡령에서 상원사로 넘는 산악도로를 따라,

오롯이 친구와 재잘거리며 걷는 기분은 그 누가 알 수 있으리라.

 

서울, 경기 지역에 사는 친구들과 강릉의 친구들이,

오랫만에 만나서 우정과 추억을 나누는 자리여서 그런지,

몹시 춥기는 했지만 서로를 배려하면서 오르는 적멸보궁의 길은,

연이은 돌계단으로 다소 힘들게 하지만 어느새 추위는 사라지고 땀방울이 이마에 송알송알 맺힌다. 

 

사리는,

부처나 성자의 유골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는 스님의 시신을 화장하고 난 후 유골에서 추려낸 구슬모양의 작은 결정체를 말한다.

석가모니가 입멸하자, 그 유골을 8등분하여 인도 각지에 탑을 세우고,

그 속에 유골을 안치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불탑의 시초다.

 

나중에 아소카왕이,

8개의 탑 중 7개의 탑으로 부터 유골을 모두 모아, 세분하여 8만 4천개의 탑에 봉안하였는데,

이 영향으로 불교를 믿는 아시아 국가에서 사리탑과 사리신앙이 융성하였다고 한다.

 

불교의 경전인 금광명경에는,

<사리는 육바라밀의 공덕에서 생기며, 매우 얻기 어렵고 으뜸인 복전이다.>란 말에서,

사리의 양이 곧 수행의 정도와 비례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진흥왕 10년(549년) 양나라 사신이 불사리를 가져와 흥륜사에 봉영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보통 절에는 불상을 모셔 놓는데,

법당안에 단 만 있고 법당 밖 뒷편에 사리탑을 봉안하여 불상을 모셔놓지 않은 절을,

적멸보궁,  또는 보궁이라 하는데, 이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보배로운 곳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의 적멸보궁은,

신라 진덕왕 때,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 가사와 사리를 받아와 경남 양산의 통도사, 설악산의 봉정암, 오대산의 상원사,

영월 사자산의 법흥사에 보궁을 짓고 봉안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왜적의 노락질을 피해 통도사의 것을 나누어 태백산 정암사에 봉안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이를 합쳐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이라 한다.

 

성덕왕 4년(705년) 창건한 오대산 상원사는,

월정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불교의 큰 산맥으로, 이름 난 고승들이 배출되는 요람이 랄 수 있는 곳이다.

상원사에는 1904년 청량선원이 개설되어 주로 학승들이 모여 경전을 연구하던 곳으로,

천진스러운 미소를 띤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제221호)과,

우리나라에 전하는 동종 중 가장 오래된 국보 제36호인 상원사동종이 있다.

 

예전의 상원사는

은은한 단청의 향취가 배어나오는 듯한 단청의 은근한 멋과,

풍경소리가 고즈넉하니 유난이 정감갔었느데,

지금은 새로운 불사로 증축이 많이 되고 발전을 거듭하고는 있으나,

예전의 그 소탈하고 고풍스럽고 자연친화적인 멋이 사라진 것 같아 무척이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