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음력 5월5일이면,
강릉에서는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가 열린다.
관노가면놀이를 비롯하여 강릉사투리대회, 씨름대회, 그네타기, 실버악단의 공연 등과,
민간신앙인 국사서낭신을 모셔와 벌이는 굿 한마당과 다양한 문화축제가 열린다.
특히 강릉단오제는 단오날 열리는,
강릉제일고등학교와 강릉농공고와의 축구 정기전은,
양교의 전통 만큼이나 강릉시민의 축제의 한마당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이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50%는 양교출신이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정기전이 열리는 시간이면 강릉시내가 한산할 정도로 조용하다.
양교 응원단 펼치는 다양한 카드섹션과 응원은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일고는 다양하고 섬세하고, 농공고의 응원은 힘 있고 투박하여,
연고전의 대리전이라고 까지 불릴정도로 유명하다.
이 경기와 단오를 참관하기 위해 멀리 영서에서,
그리고 동해안을 끼고있는 동해, 삼척, 양양, 속초, 등지에서도 찾아와,
함께 잔치를 벌이는 동해안의 축제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강릉시민 치고 단오기간 동안 단오장에 한 번 가보지 못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그렇기에 강릉사람들은 이 기간동안,
타지에서 찾아 오는 사람들을 접대하느라 적잖이 경비가 지출되기도 한다.
단오장에 들려 단오장을 찾아온 친척들, 혹은 친구들과 어울려,
감자전이나 파전에다 막걸리나 동동주를 곁들여 끈끈한 가족애와 우정을 다지는 자리가,
바로 단오축제라 할 수 있다.
특히 타지에 있는 이 곳 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단오가 가까이 다가오면,
미리 아들.딸 집을 찾아와 단오가 끝날 때까지 단오장에 거의 상주하다 시피 한다.
지금은 판매하는 대부분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싸게 파는 할인 성격을 띤 판매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시골장터에서 거래되던 다양한 물품들과,
토속 특산품이 거래되어 모처럼 진귀한 것들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요즈음은 사행성이 깊은 추억의 물방개나, 빙고게임 등은 사라지고,
볼거리와 다양한 상품도 줄어들어 어릴적 단오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으로서 무척 아쉽기만 하다.
단오는 뭐니뭐니 해도 다양한 먹거리가 백미다.
볶은 은행이나 군 밤, 그리고 군 옥수수...
드럼통 화덕에서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즉석 돼지 바베퀴와 순대...
다양한 모양의 오뎅과 꼬치구이, 그리고 메밀전, 파전, 감자전...
그리고 만병통치약, 다양한 한약제와 살아있는 지네, 고슴도치, 뱀 술들...
엿을 파는 엿장수의 구수한 노래와 화술에 빠져 한웅큼 엿을 사서 친구나 가족과 하던 엿치기 놀이...
원숭이와 코키리, 호랑이 등 동물들의 묘기의 한마당 써커스와,
헤머로 내려쳐 울리던 팡빠레 울리던 헤머치기... 동전 던지기, 풍선 터트리기, 농구공 던지기,
야구공 던지기 등의 게임으로 인형등의 경품을 타 아이나 연인에게 우쭐거리며 자랑하던......
남성들의 우수깡스러운 몸짓은 친근한 우리 이웃의 웃음이 그리운 단오다.
오죽하면 이 때에 못보던 옷을 입을라치면,
단오패션이라도 사람들로 부터 놀림을 받는 것을 다반사다.
하지만 강릉사람치고 이때에 물품 한두가지 안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양말이나 신발, 그리고 다양한 주방도구등의 구입은 선택이 아닌 거의 필수였다.
다음 단오때 까지 싸게 구입하여 1년을 돌려가며 쓸 수 있는 서민생활의 작은 지혜이기도 했다.
그러던 단오가 올해는 유난히 썰렁하다.
사람들이 구경만 할 뿐이지 지갑을 쉽게 열지않아,
한밤이 다가도록 하던 장사도 일찍 문을 닫는 가게가 태반이다.
유류가와 물가의 급등으로 소비가 불안하다 보니 쉽게 지갑을 열기가 불안하다.
장애인들이 밀던 작은 수레도 온정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다.
인정이 매마른 자리에는 지나치는 사람들의 먼지만 남아있는 현실이 못내 가슴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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