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시간이란 약

소우(小愚) 2008. 6. 17. 13:57

 " 다시 그리워지는 것 같군요. 

하루를 꼬박 당신이 자는 모습을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않고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렇게 등을 돌리고 있으니 다시 그리움이 쌓여만 갑니다."

   

먹장구름에 가리웠던 초승달이,

어둠의 장막을 밀면서 노오란 입술을 살포시 내민다.  

그리고 구름이 사라진 동쪽하늘에는,

푸른 강가에 산책나온 별들이 하나 둘 영롱한 눈동자를 깜박 거리고 있다.  

 

사락사락-  

수많은 날들을 그리움으로 지세우게 했던 여인의 마음이 열리기라도 하듯이,

어둠으로 덥힌 대지 위로 노오란 달빛을 토해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속에서 잠드는 것 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서로의 마음을 지켜주는 따뜻함이야 말로 최고의 수면제가 아닐까?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다음날 눈을 떴을 때 상대방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늘 함께 하기를 간절하게 원하게 되고,

사랑하는 순간에는 함께 있어도 보고 싶어진다.  

 

마주 바라보는 눈동자에서,

서로의 의미를 알 수 있는 마음의 일체감을 느끼는 순간의 행복이야 더이상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가슴이 떨리고 심장이 콩닥거리는 자신을 들킬까봐,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짜릿한 느낌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마법이다.  

 

그녀가 웃으면 온 세상이 따라웃는 것 같고,그녀가 슬퍼지면 온 세상이 비가 내린 것 같다.   

내가 아는 세상은 그녀의 기준에 따라 흐렸다 맑았다 한다.  

영원하리라 믿었던 그녀와의 사랑의 약속은,

사랑만으로는 모든 것이 충족될 수 없는,

마음만으로 사랑하던 그 시절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팅팅 불은 라면 한 그릇과,

식어 빠진 밥 한공기에 고추장 한 종지만 놓고 마주앉은 철다리 밥상마저도...  

샤워도 하지 못한 채 땀에 절은 몸뚱이 일지라도 어깨에 기댄 머리카락에서 풍겨나오는 향기에 취해 버렸던...  

캠퍼스 소나무길을 손을 마주잡고 어둑어둑 해 질 때까지 말없이 걸어도,   

마음속에는 무엇인가 모자람을 갈구했던 목마름에 안타까워 했었다.

 

늘 만나고 가까이 한 사람이 만나야 더 할 말이 많듯이,   

사랑이란 인연으로 함께 머무면서도 더 보고싶어 했고, 잠시의 이별이 아쉬워 안타까워 했었다.  

하지만 사랑의 크기만큼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더 커졌음을 우린 사랑하는 순간에는 몰랐던 것 같다. 

늘 서로를 향한 시선이 서로에게 머물러 있었기에 그것이 영원할 줄 알았다.  

사랑의 달콤함에 빠져 사랑을 가꾸어 가야 함을 몰랐었다.   

 

사랑에 빠져있을 때는 사랑의 방식이 필요없다.  

어떤 잘못과 행동을 하든 다 이해할 수 있고 사랑스럽게 보이기 마련이다.  

뒤를 돌아보거나 후회를 고려한 사랑은 진실한 사랑이 아니다.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와 말없이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보살펴 주는 것이야 말로 거짓없는 사랑이다.  

내가 한 사랑의 크기만큼 상대방에게 받기를 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사랑은 자신의 손해와 크기를 재지 않는다.  

 

서로 같은 크기의 사랑을 원하면 부족한 사랑에 대해 항상 갈증을 느끼게 마련이고,

작은 무심함에도 섭섭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그런 것들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리워지지만,

서로에 대해 익숙해 질 즈음에는 이별의 덫으로 작용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남긴 상처는 모르는 타인이 남긴 상처보다 더 크고 아픈 법이다.   

 

<시간이 약>이란 말이 있다.  

만일 사랑에 아파하고 괴로워 헤어질 위기에 있다,

면 잠시 더이상 다가가지 말고 서로가 냉각의 시간을 갖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순간의 질투와 오해로 평생동안 잊지 못하는 마음의 방황을 하지 않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헤어져 다른 사랑을 맞이한다고 해도 처음 마음으로 사랑했던 사람 만큼은 못하다.  

가슴에 잊혀지지 않는 사람을 담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모든것을 정리하였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자신이 자고 숨쉬고 생활하는 동안 어느날엔가 불쑥불쑥 찾아오는 그리움과 보고픔은,

환절기의 감기와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진심을 담은 사랑의 선택이었다면,   

어떠한 난관이든 서로 신뢰의 끈을 놓지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절름발이가 아닌, 세상을 제대로 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아픔과 시련은 사람을 성숙하게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세상을 잘못된 눈으로 바라보게도 한다.  

하나의 세상이란 정물를 바라봐도 각자가 그린 그림은 다 다르듯이,   

장미꽃 가득찬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라면,

다가온 사랑을 외면하지 말고 끝까지 극복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만일 내게 또다시 사랑이 찾아와,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야 한다면, 난 서슴없이 그 길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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