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 그 사람을 위한다면
그 사람의 이름을 당당히 불러줘야 한다.
김춘수 詩人은 <꽃>이란 詩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고 했다.
누가 뭐라 해도 이름은,
다른 사람이 불러주었을 때 빛이나는 것 같다.
가슴에 와 닿을 때까지 부르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정감이 들고는 한다.
이름은 그 사람의 명함이며 얼굴이 아닐까 싶다.
살아있는 동안의 자신의 모습이고, 지켜가야 할 자존심이며 나를 지탱하는 자긍심인 것이다.
살면서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속의 이름도 있고 평생 동안 가슴으로만 불러야 할 이름도 있다.
또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마음대로 부를 수 없는 이름도 있고 가슴에 멍울만 남긴 원망스러운 이름도 있다.
평생 동안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을 간직한 부모님이나 은사님의 함자도 있고,
마음으로 불러야하는 첫사랑의 이름과 아픈 상처를 준 이별속의 이름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 보다 누구누구의 어머니나 아내로 불리는 여성의 삶 속의 이름도 있고,
항상 남들로부터 존경받는 명예로운 이름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좋은 이름이란 남들이 부르기가 쉽고 편한 정감 있는 이름인 것 같다.
이름이 놀림의 대상이 되지 않고 남에게 기억되기 쉬운 이름이면 더할나위 없다.
우리나라의 이름은 대부분 그 집안의 돌림에 따라 지어지며, 흔히 오행을 기준으로 삼는다.
아기가 태어나면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짓기도 하고,
무병장수하고 복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작명소나 점집에서 비싼 돈을 들여 짓기도 한다.
주로 아이는 집안의 어른이나 부모에 의해 이름이 결정되는데, 이름마다에는 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들을 낳기를 기원하여 여자아이의 이름을 남성스럽게 짓기도 하고,
그만 낳고 싶어 끝순이란 이름을 짓기도 했다.
왜정시대에는,
여자 이름이 子로 끝나는 사람이 많았고,
1990년대에는 예쁜 한글이름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이름은 역사성을 갖고 시대의 흐름과 문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또한 그 사람의 운명과 길흉화복을 미리 알 수 있다하여 매우 중요시 했다.
때문에 집에서 부르는 이름과 호적상 이름이 다르고,
별명이나 자(字)나 호(號)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진 사람도 많다.
어릴 때 부르던 이름을 아명(兒名)이라 하고,
호적에 올라있는 이름을 관명이라 하는데, 이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다.
성인이 되어 관례를 치르면,
집안어른이 이름 대신 를 지어주는데, 자(字)는 주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서 불려졌다.
호는 학문이나 예술 등 그 지방이나 나라에서 덕망이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데,
대부분 스스로가 작명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호(號)는 존칭이 붙지만 자(字)는 존칭이 붙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짐승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했다.
의지는 힘을 불러오고 그 의지를 불러오는 가장 훌륭한 매개체는 말이며,
그 의지가 가장 잘 형상화된 것이 이름이다.
때문에 자신의 이름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곧 자신에 대한 자존심이며, 삶의 지향점인 것이다.
이름은 불러야 그 의미가 있다.
공연히 배려한답시고 김사장, 김박사, 김의원 하고 존칭하듯 부르지 말라.
그것은 그 사람이 아닌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행동일 뿐이다.
진정 그 사람을 위한다면 그 사람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이름을 당당히 불러줘야 한다.
어느 누구에게라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된다면 그 사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