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런데로 바람도 잔잔하고 따사로운 했살이 너무나 곱다.
그래서 가볍게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공장 한 귀퉁이에 있는 텃밭에 나갔다.
노랑나비는 날아다니지 않더라도 들판에는 겨우내 움추렸던 풀잎들이 말라 황금빛 들녘을 만들고,
졸졸 흐르는 샘터에는 버들강아지가 피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죽은 풀더미 사이로 작년에 심었던 고추와 옥수수가 대공만 덩그라니 홀로 남아 있어 약간은 처량한 기분을 들게 한다.
옷을 벗어놓고 대공을 뽐아 가지런히 한곳에 모아 놓았다
그리고 죽은 풀들을 깍쟁이로 긁어 한곳에 모두고, 파랗게 돋아난 부추(전구지)와 파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자,
주변은 온통 새로운 생명들이 너도 나도 고개를 빼족하게 내밀어 세상구경을 한다.
작년에 너무 많이 짓어 조금 고생했기에 올 해에는 한 10평 정도 심을려고 한다
매운 고추에서 아삭아삭 먹기 좋은 고추, 그리고 적상추와 결구상추도 심고 청량채나 오이, 호박도 몇 포기 심고,
공간이 남으면 방울 토마토나 가지 그리고 수박도 심어 보고 싶다.
고추를 먹기 위해서는 여간 손이 가는게 아니다.
밭을 고르고 퇴비와 비료를 골고루 뿌린 다음 토양살충제와 제초제를 뿌리고, 이랑을 만든 후 두렁에 비닐을 덥고,
적당한 간격을 두고 구덩이를 뚫은 다음, 무을 듬뿍 뿌린 후 고추묘종을 넣고 적당히 흙을 다져 심는다.
그리고 자라면 말뚝을 박고, 고추포기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가볍게 메어 줘야, 포기가 중간에 죽는 것을 방지 할 수 있으며,
아삭아삭한 고추를 먹을 수 있다.
또한 오이는 줄기가 뻗어나기 때문에 포기 주변으로 말뚝을 듬성듬성 박고,
줄을 띄워 오이 줄기가 줄을 타고 뻗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이는 가능하면 땅에 닿지 않아야 밑으로 예쁘게 자라며, 물이 많고 구부러지지 않는다.
오래도록 텃밭에서 싱싱한 채소를 먹으려면 틈틈히 추비를 줘 땅에 영양분을 충분히 보충해 줘야 한다.
또한 배수가 잘되야 뿌리가 썩지 않기 때문에, 마사토나 연탄 짜꺼기를 뿌려 주는 것도 한 방편이다.
상추씨를 뿌리고 물이 마르지 않도록
조리로 골고루 물을 뿌리며 싹이 돋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쩜 나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활력이며 희망이다.
자주 땀을 흘리며 육체노동에서 오는 노곤함 마저 작은 행복이다.
아마 오늘 부터 시간을 쪼개 틈틈히 땅을 고르고, 풀을 골라내다 보면 금방 나만의 텃밭이 완성될 것이다.
모처럼 쟁기로 흙을 파고 땅을 고르며 땀을 흘리니 무척이나 기분이 상쾌하다.
옆구리가 조금 땡기지만 텃밭에 심을 채소들을 생각만 해도 마음속에 행복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다.
앞 산에는 진달래가 연분홍 입술을 빼족히 내밀고 있다.
이 때쯤이면 앞마당 사이로 졸졸 흐르는 개울 옆에 자리한 진달래가 피면,
꽃잎을 손안 가득 따서 먹고 입술이 푸르게 변했던 기억이나,
파종을 하는 틈틈히 나물 캐던 기억이 새로워 나도 몰래 들녘에 나가고는 한다.
아마 고향이란 향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