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운 친구에게
친구여!
계절은 어느새,
나목의 앙상한 가지사이로 찬바람이 유난스러이 스산하게 부는 겨울이 왔습니다.
모두들 올 정해년은 황금돼지를 듬뿍듬뿍 가슴에 품었던 한해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경기가 안좋아서 다들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어서 인지,
으래 이때쯤이면 울러퍼지던 크리스마스케롤과,
쇼윈도우를 장식하던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들도 많이 보이지 않는 것 같고,
한창 붐벼야 할 저녁때에도 거리는 한산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웃음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마음이 따뜻한 우리들이었기에,
어려움을 잘 견디어 극복하는 기회의 시간을 창조하리라 믿습니다.
친구여!
그대는 산에 오르면 반대편으로 짙은 음영의 산그림자와 같은 존재입니다.
항상 묵묵히 있을자리에서 도움을 주는 나의 그림자와도 같기에,
스스로의 덕만으로도 충분히 빛을 내는 반딧불과도 같습니다.
당신께선,
나에게는 항상 특별하고 좋은 사람이였음을 기억합니다.
어려울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주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기쁜일에는 말없이 다가와 같이 기뻐해 주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전생의 카르마(업)였고, 다르마(숙명)로 맺어진 인연이였기에,
당신으로 인해 슬픔도 없었던 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진정 당신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난 한동안 당신을 잊고 살았습니다.
사는것이 진정 힘들었으니까요.
삶에 떠밀려 목적없이 방황할 때는 당신의 존재가 귀찮을 때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싫다고 잊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것이 친구란 존재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언제부터 인지,
당신은 나의 인생의 일부분이었고 기억을 함께 공유하는 삶의 동반자였습니다.
멀리한다고 해서 당신은 멀리 있을 수 없는 존재이며,
나의 인생의 전부를 부정한다고 해도,
항상 나의 어둠운 길을 지켜주는 희망의 등불이었습니다.
친구여!
그러면서도 항상 난 당신에게 투덜거립니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달라구요. 하지만 당신은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우정은 맹목적이지만 자신이 준 것 만큼, 배픈 것 만큼 받는 것도 사실이죠.
친구여!
당신은 추상화와도 같습니다.
당신이 준 우정이란 여백에,
어떤 색깔과 모양으로 채울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니까요.
화려한 색으로 치장하기도 하고, 우울한 명도 짙은 색감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울고 웃는 감정을 이입하여 그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에게 우정을 배푸는 것이 마치 당신의 의무인양,
당신은 항상 묵묵히 나에게 향한 그 길을 만족하며 걸어왔습니다.
후회나 원망의 말일랑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우린 때때로 착각하고는 합니다.
우정이 변했다고. 하지만 변한 건 상대가 아니고 자기 자신인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우정은 항상 멈춰 있는 법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본인의 행동에 따라 변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하고 원망하기 보다는,
우선 자신을 돌아보고 먼저 내가 변하지 않았는지를 반성해야 합니다.
생각이 채 여물지 않은,
어린시절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과 깊이의 크기가 달라졌듯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의 형태가 달라졌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만이,
참된 우정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난 당신에게 소망합니다.
어린시절 그 순수한 동심의 거짓없는 마음으로 있어 달라고요.
나에게 만큼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친구로 있어 달라고 간절히 간절히 간구합니다.
친구여!
그동안 나로 인해 당신께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면 진심으로 용서하기를 바랍니다.
나의 부질없는 욕심과 낮은 우정으로 당신을 재단하려한 나를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
하지만 허물도 같이 뒤집어 쓰고, 영욕을 함께 하는 것이 참된 우정임을 압니다.
앞으로,
당신을 지키는 수호천사가 되어,
항상 당신의 존재를 기억하고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우리들의 우정이 잊혀지는 이름이 아닌,
영원히 기억되는 이름으로 남기를 간절히, 간절히 간구합니다.
'^*^ 낙 서 장 > 순 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들에게 사람사는 교육을 하자. (0) | 2007.12.06 |
---|---|
자신은 세상의 근본이다. (0) | 2007.12.05 |
욕망 (0) | 2007.12.01 |
작은사랑 채린에게 (2) (0) | 2007.11.29 |
작은사랑 채린에게 (1) (0) | 2007.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