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22년, 강릉 안반데기 별보기

소우(小愚) 2022. 2. 3. 12:00

 

◇ 일시 및 장소 : 2022년 01월 30일 밤 11:40~12:40 멍에전망대주변

 

      시골 초가에서 살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눈이 유난히 많이 내리던 산골마을 밭 한가운데로,

      꽁꽁 얼어붙은 개울이 흐르던 곳에 자리한 초가를 지나 언덕에 오르면,

      은빛 설원이 펼쳐진 화전과 동그랗게 둘러싸인 산을 배경으로 하얗게 쏟아지던 달빛과,

      어둠을 뚫고 눈 앞에 은하수가 되어 흐르던 고향이 생각난다.

 

      벌써 서른을 넘겨버린 큰 딸은 어릴 때 유난히 별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좋아하던 별을 보기 위해 영월 별마루천문대를 보기 위해 가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아쉽게도 구름이 끼어 별을 관측할 수 없어 울어버린 아이를 달래며,

      다음에 오가고 했던 그 다짐이  그 아이가 자라 서른이 지난 후 오늘에서야,

      이곳 안반데기에 와서야 지켜진 듯하다.

 

      오늘 별을 보기 위해 밤 늦게 집을 나섰다.

      설 명절 내내 한파가 덥쳐 몇 겹으로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고,

      모자에다 장갑 목도리까지 완전무장 하고 왔지만,

      어둠을 뚫고 달려와 멍에주차장에 차를 내고 산비탈 밭에 오른 이곳은 너무나 춥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어린시절 겨울밤에 보았던 그 때의 감동처럼,

      검은 천막을 펼쳐놓은 듯한 하늘엔 온통 별들이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딸이 들려주는 별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아내와 나는 핸드폰으로 별사진을 찍었지만 핸드폰에 남겨진 영상은 온통 검은색뿐이다.

      딸은 자신이 들고 온 망원사진기와 최신 핸드폰으로 살을 에일 듯한 추위에도

      멍에전망대 주변을 돌면서 별을 촬영하기에 정신없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 추위도 모르나 보다.  

 

      딸 녀석은 오늘 별보기가 무척이나 좋았나 보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별과 별자리에 대한 전설들은 하나 둘 재잘거리니 말이다.

      다음에는 추운 날이 아닌 날에 꼭 다시 오자고 약속하자고 한다.

      그렇게 우린 오늘 보았던 별들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하나를,

      서로의 마음 한구석에 고이 간직하게 되리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