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자바보
요즘 내 주변에,
<손자바보>가 둘 있다.
한명은 우리 회사 사장님이고,
다른 한명은 직장동료인 공장장이다.
두 분 모두,
나이 60세 전후인데,
자식이라 봐야 한분은 외동딸만 있고, 한분은 아들만 둘이다.
그런데 두 분 모두 작년에 결혼한 자식들에게서,
금년 한두 달 사이에 손자를 본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쑥스러워하더니,
요즘은 시간 있을 때마다,
핸드폰에 저장된 손자들의 모습을 보느라 여념이 없다.
어느새,
핸드폰 배경화면 사진이,
와이프나 자식들의 사진에서 손자손녀들의 사진으로 바뀌었다.
아직 청춘이고 싶은 본인들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식들의 출가로 바라지도 않았는데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비록 눈가에는,
주름살이 지고 검은 머리 백발로 바뀌어,
마음만은 청춘이고 싶었는데,
자식들이 보내준 손자손녀들의 재롱동영상을 기다리는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순산한 사장님 외동딸에 비해 공장장 큰아들은 난산이었다.
산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산통으로 조기출산을 선택해야만 했다.
지금은 다행스럽게 산모와 손자 모두 건강을 되찾았기에,
어렵게 태어난 손자가 더 사랑스럽고 귀하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하는 중간중간,
핸드폰을 들어다보기에,
뭘 보는가 보면 어김없이 재롱부리는 손자의 동영상이다.
혼자 히죽히죽 웃음 짓는 건 예사다.
내가 모시는 사장님의 외동딸도 올 봄 4월에 출산했다.
자식이라고는 딸이 전부였는데, 그 귀한 외동딸이 손녀도 아닌 손자를 낳은 것이다.
그리 표현은 안해도 <내 평생에는 아들 복은 없는가 보다.> 씁쓸해하셨는데,
외동딸이 아버지를 위해 손자를 안기는 큰 효도를 한 것이다.
능력없다는 놀림은 고사하고라도, 공연히 며느리 본다는 소식만 들어도,
마음 한구석이 짠했는데 말이다.
사위도 자식이란 말은 그저 말장일뿐이다.
게다가 사모님은,
몇 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아직도 고생하신다.
그래서 손자를 출산한 딸을 위해,
바라지도 못하시어서 사장님이 보다 더 안쓰러울 것이다.
자식이라 이해는 하겠지만 마음 한구석이 쓰린 것 또한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런 귀하디귀한 손자가,
이젠 몇 달이 지났다고 보호대를 목에 차고 물놀이하는,
동영상에 웃음꽃이 저절로 피어난다.
아직 당신은 알아보지는 못하는데,
손자의 모습만 떠올려도 삶의 활력이 솟는가 보다.
그러나 자식들을 출가시킨 요즘,
친구들은 손자손녀들 보기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
부모도 이젠 좀 쉴 나이인데 시도 때도 없이 손자손녀들을 맡기는 통에,
예고 없는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자식들의 요구에,
여행은 고사하고 잠시 쉴 여유도 없는 것이다.
이런 실정이라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참으로 할아버지 노릇도 하기 힘든 세상이다.
<<사진 : 우리가족 손주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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