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봄이다.
비록 여름의 우거진 녹림은 아닐지라도,
연두색 혹은 붉은 빛깔로 돋아나는 새싹은 바로 생명의 탄생이다.
그리고 봄 볕 따라 피는 야생화를 보는 즐거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신비다.
바위틈을 비집고 돋아나는 이끼류와 온갖 초본들의 생명력은 삶의 의지요 희망이다.
하루하루 피곤한 일상속에서도 산행은 내 삶의 탈출구이다.
그러나 올 봄은 유난히 바쁘다.
동계올림픽관련 일이 많아 산행을 위한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데다,
일요일이 아니면 산행을 다녀오기에 어렵고,
모처럼 산행에 나서려고 준비해도 비가 오거나 짙은 황사로 포기해야만 했다.
거기다 돌아가시는 분들의 장례식이나,
지인들의 자녀들에 대한 결혼식이 봄꽃처럼 연이어,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나의 여유시간마저 빼앗아 가버린다.
거리거리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지고 간 뒤,
돋아 난 어린 새순은 붉은 빛으로 물들고,
하얀 조팝나무와 붉은 동자나무 꽃과, 노란 개나리,
자주와 흰색의 목련이 마치 봄의 정령으로 깨어난 듯싶다.
일신우일신 서로 경쟁하듯이,
이 산 저 산을 물드리는 연초록의 물결도 빼놓을 수 없는 봄의 풍경인다.
미처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을 뚫고 복수초와 노루귀가 아름답던 방태산도 그립고,
각시붓꽃이 소담스럽던 조령산도 그립다.
계획했던 산행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우선 가벼운 출발을 위해 원주의 소금산을 시작으로,
제천의 동산, 양평의 용문산, 가평의 운악산과,
지난 해 가지 못하고 남겨놓았던 양구의 사명산이나, 가까운 진부의 매산 등,
주말마다 밀려드는 경조사로 산행지에 대한 정보만 모을 뿐이다.
게다가 봄철산불 예방을 위한 입산통제와,
지난 해 겪었던 산돼지에 대한 두려움도 나의 산행을 방해하는 요소다.
나의 산행은,
늘 이렇게 조금은 쓸쓸하다.
나 역시 지금 내 나이 때에 나 홀로 산행이 그 얼마나 위험한지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등산동호회에 가입하여,
주어진 시간에 맞춰 등산코스 따라 쭉 돌아오는 산행은 내게 맞지 않다.
힘들면 쉬고 머물고 싶으면 머물고,
멋진 경치나 예쁜 야생화를 보면 사진도 찍고 감상도 즐기는,
시간과 사람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산행을 원하기에 그렇다.
그러나 올해는 왠지 작년과 다르게 나 홀로 산행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났다.
체력도 작년만 못한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가족들에게 걱정 끼치지않으려는 마음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운동을 핑계로 인근의 산만 가기에는 왠지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며칠 째 틈틈이 산행을 위한 체력단련에 한창이다.
정상에서의 그 짜릿함은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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