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시간이 머물다 간 자리

소우(小愚) 2014. 9. 30. 13:51

   

어느덧 할 수 없는 것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여유나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몸이 따라가 주지 못해서 말이다.

밤이 되면 이곳저곳 쑤시고 절여 쉽게 잠들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한 날이 드물다.

대수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화를 내거나 우울해하고,

작은 잘못에도 섭섭함을 느끼는 등, 마음과 다른 행동도 자주 한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시간 속에 사는 사람이 아닌 시간에 쫓겨 살아가고 있다.

젊었을 때만 해도 열심히 노력만 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한 후, 그런대로 먹고 살만큼은 되었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의지를 가지고 주어진 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자주 잊게 되듯이 인생 역시도 그렇다.

하루하루 삶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의지를 다져야하는데 용두사미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후회로 채우고 산다.

 

아내가 아이들을 보면서 “맑고 투명한 물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했었다.

그 말을 들은 난 아내에게 “그건 아니지. 가능하다면 구정물처럼 사는 것이 더 좋은 거야.”라고 말했다.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다.는 격언처럼 인생에 있어 깨끗함이 반드시 정답은 아닌 것이다.

구정물처럼 군상 속에 섞일 수 있어야 오히려 그 삶이 더 편하다. 

사람과 섞이지 못하는 외톨이 삶은 외롭다.

 

사람의 정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

정은 줄만 해서 주고, 받을 만해서 받는 것이다.

예로부터 물의 깊이는 잴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잴 수 없다는 말에서 보듯이,

상황에 따라 변화막측하지만, 또 그로 인해 잘못이나 모자람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인연을 만들지만, 함께함으로써 차별과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살다보면 가까운 사람이 손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비록 적으로 변할지언정 더불어 살아야 한다.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즐거움과 어려움을 함께 나눠야 참다운 삶이다.

물불을 안 가리고 차지한들 나누지 못하는 기쁨은 진정한 기쁨이 되지 못한다.

때로는 알면서도 속아줄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은 늘 마음속에 감춰져 있다.

아무리 지난 시간이 후회스러워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살아야 한다.

그렇기에 너무 자신을 비하하거나 낮춰 스스로 자신을 못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가뜩이나 불행이 행복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인생인데 스스로 불행하게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능하면 좋은 기억을 많이 떠올리며 사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삶도 과거의 나로 인해 만들어졌음이다

잘못과 실패와 모자람들 중에 그나마 남은 진실들이 모여서 말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50년이 넘는 긴 시간 중에서 진정 내 삶에 더해진 시간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아마 거의 대부분은 힘들다고 후회스럽다고 버려두고 방치한 시간들일 것이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간 내 몸의 여백은 언제나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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