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정이란 물이 들다.

소우(小愚) 2014. 6. 20. 15:40

 

오늘 아내로부터 데이트신청을 받았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아마 결혼한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물론 <외식하자든가 바람 쐬러 가자든가>하는 요청을 받았지만 부부만의 처음이다.

카톡으로 부부에 관련된 좋은 글과 함께 보내온 아내의 데이트 신청에,

왠지 모르게 퇴근시간이 기다려졌다.

 

어디서 만날까? 무엇을 먹을까?
식사 후 재미있는 영화라도 볼까?>하는 고민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이젠 제법 나이가 들어서인지 일상 중에 가족의 소중함 느낄 때가 많다.

그것은 어쩌면 젊었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겨서이기도 할 것이다.

늘 남의 일로 치부했던 일들이 점차 내 일로 다가오는 위기의식에서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어려운 일 때마다,

일어나는 가족간의 다툼을 접하면서,

가족간의 정이 위기에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아서이다.

내가 먼저 조금만 다가서도 바로 반응하는 것이 가족이다.

 

사람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잊기 쉽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이미 내게 물들어져 있어 소위 내편이란 생각 때문에 경계심이 사라져서다.

그러나 탈나는 것은 항상 멀리에서 오기보다는 내 주변에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은 작은 것을 모아 큰 것을 이루기보다는 오직 한방의 대박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부모에게 있어,

자식은 애물단지란 말이 있다.

부모는 자식이 아무리 잘못해도 내치지 못하고 감싸 안을 수밖에 없는 비유는 바로 정 때문이다.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나은 정 기른 정이 곱디곱게 가슴에 물들어 있어 지워낼 수 없다.

또한 부부간의 사랑도 세월이 덧씌워져 서로의 가슴에 물들여야지,

일방적인 요구로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정이 가슴에 물들면,

그 관계는 영원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매년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제정 취지는 부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정의 화목을 이뤄가자는 의미에서 라고 한다.

오래된 부부일수록 그 사랑이나 표현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다.

함께 쌓아온 정들이 마음이란 단지 속에서 숙성된 그 향기가 진하다.

그래서 은연 중 빛이 난다.

 

정을 가슴에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사람의 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손익이나 이해보다는 가슴에 전해오는 울림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다.

물은 칠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도 필요하다.

내가 먼저이기보다는 그 사람이 먼저다.

 

소중한 사람에게는,

사사로이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 법이다.

자신의 이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며, 내 뒤에 내 세우지지 내 앞에 내 세우지도 않는다.

오직 그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그가 있는 함께함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정이란 강물은 때로는 가슴에 남아 숙성되어야 깊어지는 것이 바로 부부의 정일 것이다.

내가 빚은 정이란 술이 아내의 마음을 취하게 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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