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2년, 가을병이 낳은 산행, 횡성 운무산.

소우(小愚) 2012. 10. 8. 14:32

 

 

 

 

 

 

     ◇ 등산일시 : 2012년 9월 7일

     ◇ 등산코스 : 먼드래재-암릉-운무산-암릉-먼드래재 왕복5.26km    소요시간 : 6시간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가을병이 도져 간다.

  들녘으로는 벼이삭이 황금빛을 띄고,들풀들이 시들어갈 때면, 단품이 물든 산야가 궁금해 어쩔 줄 모른다.

  그래서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 마치 신이 들린 것처럼, 어느 산을 갈까,

  인터넷으로 산행정보를 찾고는 한다.

 

 어쩌다 비라도 내려,

 산에 가지 못하면 일주일 내내 왠지 몸이 찌뿌듯한 듯 몸살을 내게 된다.

 이번 운무산 산행도 결국 그래서 조금 무리하게 시작되었다.

 

 

 

    전 날, 

    회사의 품질경영 행사 및 중학교 동창의 장례식 관계로 술을 마신 터라,

    애당초 산행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장례식장에 갔다가 행사장을 거쳐 귀가한 시간이,

    거의 새벽 2시쯤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7시에 눈이 떠졌다.

 

    왠지 잠이 오지 않아 빈둥거리다가,

    근래에 자주 산행을 같이한 회사 공장장님께 산행을 하겠느냐고 전화했더니 선뜻 그러자고 한다.

    부랴부랴 차비를 하고 집을 나선 시간이 7시 40분,

    공장장님과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김밥을 사서 강릉을 출발한 시간이 9시,

    네비게이션에 운무산을 입력하자 도착시간이 10시 45분을 알려준다.

 

    운무산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둔내IC에서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 방면으로 가야 한다.

    이 길은 도착예정지까지, 과속방지턱과 인가가 많고,

    도로가 좁아 저속운행이 필수라 약 30여분이 소요된다. 

 

 

 

    오늘 우리가 선택한 운무산 산행은,

 

    먼드래재에서 운무산 정상까지 약 5.26km 구간이다.

    이 산행구간은 한강기맥, 먼드래재-구목령 등산로이다.

 

    오늘 우리가 산행할 운무산은 해발980m로,

    비교적 규모는 작으나, 노송과 암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오지의 등산로라 할 것이다.

    웅장한 봉우리와 아기자기한 능선이 있고,로프에 의지하여 오르내려야 하는 위태위태한 절벽과

    단애가 곳곳에 있어 산행의 묘미와 산세의 아름다움을 다같이 즐길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산행을 마친 감상 평을 한다면,

    한마디로 <실망 뒤 감탄, 감탄 뒤 실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왜냐하면 먼드래재에서 출발하여 암릉까지 이어진 약 3km의 구간은,

    별로 볼 것도 없는, 그저 그런 동네 인근 야산에 나 있는 호젓한 숲길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번인가 산행을 이어가야하나 망설일 정도였다.

 

 

 

    특히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처음 먼드래재의 등산안내도에는 정상까지 약 5km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했는데,

    갈수록 보이는 등산안내표지판에 써진 거리나 시간이 맞지 않아서다.

 

  <그래도 인터넷에 소개 될 정도의 산이니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야.>라는,

    기대가 없었다면 아마 산행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힘들게 올라간  2.96km 지점에서 암릉이 나타나고,

    그 암릉에서 조망되는 산세의 아름다움에 연이어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 부근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나무도 보이고,

    로프에 의지하여 아슬아슬하게 가야하는 등산로의 스릴도 우리를 흥겹게 했다. 

 

    그리고 약 0.7km에 이르는 아기자기한 기암절벽은 물론,

    산부추, 꽃향유, 쑥부쟁이, 취나물 꽃이나, 참나무류, 싸리나무, 피나무와 같은,

    활엽의 단풍이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운무산은 이 암릉 맞은편으로, 눈에 가다올 듯 보이지만 막상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다.

 

 

 

 

    왜냐하면 암릉이 끝나는 3.52km 지점에서 정상까지는,

    1.74km에 불과하나 산골짜기까지 내려갔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야 하는 길이라,

    막상 닥치면 왠지 사람을 질리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려가는 길은 그런대로 단풍이 아름답지만,

    계곡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워낙 가파르고 뾰족뾰족한 흔들리는 돌이 지천이라,

    미끄러지기 쉽고 잘못하면 발목을 접지를 수 있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이 계곡부터 정상까지는,

    힘든 산행에 비해 볼 것이 별로 없는 실망스러운 코스다.

    올라가는 내내 등은 땀으로 흥건하고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쉴 수밖에 없음에도,

    숲이 우거지고 조심해야 하는 길이라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어렵고 힘들게 이 길을 올라가면  헬기장을 만날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약 800m 정도지만 정상은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아마 정상까지의 800m의 길이 이렇게 힘들고 멀게 느껴진 산행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올라온 정상은,

    그저 구목령을 가기 위해 지나치는 등산로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흔한 이정표에 불과하다.

    조망할 수 있는 곳이라야 정상표지석 맞은편의 산세가 전부다.

 

    정상 정복 시간은,

    오후 1시 30분, 3시간이나 걸려버렸다.

       

 

 

   오늘 장모님 생신으로 오후 6시쯤에는 강릉에 도착해야 한다는 공장장님의 말에,

   잠시 정상에서  정상표지석과 사진을 찍고 목을 축인 뒤서둘러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계획에는 정상에서 오랜만에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 취사준비를 해왔지만,

   너무 시간이 촉박해 하산 길을 서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두르면 탈이 나기 마련,

   1.74km의 안내표지판이 있는 곳을 지나 왔지만, 앞만 보고 등산로를 따라오다  그만 등산로를 잃어버렸다.

 

 

 

    희미하게 난 등산로를 따라가면  낭떠러지기가 나타나고,

    다시 돌아가 보면 도저히 다른 등산로가  있기가 힘든 외길일 수밖에 없는 산세라,

    30여분을 헤맨 끝에 결국 안내표지판이 있었던 곳까지  돌아가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얼마간 내려갔을까 희미하게 보이는 3갈레 길을 만나게 되었지만,

    너무나 당황해서인지 방향감각을 상실해 또다시 지나쳐 온 안내표지판을 보고서야

    비로소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정상적인 등산로에 접어들어

    김밥으로 겨우 끼니를 때웠지만 너무나 힘들고 지쳐버렸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갈 길이 바쁘다.

 

 

          

    거의 뛰다시피 먼드래재로 돌아오니,

    오후 4시 45분 꼬박 6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이번 산행으로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은 산은 역시 높으나 낮으나 머나, 

    가까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정상까지 2시간 거리라,

    3시간 또는 3시간 반이면 족히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는데,결국 예상시간의 배가 걸려버렸다.

    이 등산로는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고,

    실측거리가 아니어서 실재보다 배가 될 정도로 훨씬 멀게 느껴졌고,

    그래서 오버페이스를 할 수밖에 없었기에 즐거워야 할 산행이, 힘든 시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산을 다시 찾을 때,

     먼드래제보다 능현사에서 암릉으로 오르는 1.2km의 등산코스를 선택한다면,

     아마 보다 쉽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산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