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1년, 춘천 삼악산 등산

소우(小愚) 2011. 9. 14. 13:39

 

 산을 오를 때면,

 항상 왠지 모를 설렘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이번 추석날 삼악산 등산도 마찬가지다.

 춘천에 사시는 큰 형님과의 통화를 통해 추석날 차례를 마치고 난 뒤,

 인근의 삼악산에 등산하기로 한 터라 은근한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물론 대략적인 산세나 등산로는 미리 숙지하고 있지만 정말 궁금한 것은 산의 속살을 감상하는 것이다.

 

 어떤 바위로 어떤 형세를 이루고 있으며, 어떤 폭포를 만날까?

 어떤 야생화가 곱게 피어 우리를 반길까? 

 등산로는 험난하지 않을까? 

 등산하기에 어렵지는 않을까?  등등 말이다.

 

 

 

 

   형님과 통화하면서

   명절날은 인근에서 식사하기가 어려우니 삽겹살 파티라도 하자고 약속했지만,

   야속하게도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추석날이 다가오는데도 도통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전날에도 비가 내려,

   삽겹살을 사지 못한 채 새벽 4시쯤 강릉을 출발했지만,

   대관령을 넘는 내내 장대비가 쏟아진다.

   자욱한 안개를 헤치고 희미하게 날이 밝아올 쯤 횡성에 이르러서야 비가 그치기 시작한다.

 

   와! 멋있다!!.

   새벽에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으로 가는 내내,

   굵직굵직한 산봉우리 중턱에 걸려있는 새하얀 구름이 보면서 절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춘천시 서면에 자리잡은 삼악산은 해발 645m로,

   광주산맥에 속하며 주위에 북배산, 계관산, 검봉 등이 있다.

   용화봉, 청운봉, 등선봉의 세 봉우리로 이어져 있으며, 산정은 비교적 평탄하나 사방은 급경사이다.

   기반암은 변성암이며 남쪽사면에서 발원하는 하천은 등선폭포 등을 이루며 의암호로 흘러든다.

 

   기암괴석이 많고 소나무·참나무 등의 수림이 울창하며 계곡미가 빼어나다.

   산정에는 삼악산성의 유적과 삼악사터가 남아 있으며 남쪽 산록에는 높이 15m의 등선폭포가 있다.

   그밖에 신라 때의 사찰로 현대에 재건된 흥국사·상원사 등이 있다.

 

 

 

   삼악산 정상인 용화봉에 오르는 코스는,

   크게 의암댐에서 출발하는 코스와, 등선폭포 쪽에서 오르는 코스로 나뉜다.

   강촌역 부근에서 시작되는 코스도 있으나 등산로가 잘 정비되지 않아 이용을 금하고 있다.

 

   의암댐에서 오르는 코스는,

   삼악산의 이름에  왜<악(岳)’이 들어가는 이유를 알려줄 정도로,

   등산로는 2㎞밖에 안 되지만, 산세가 워낙 험하고 가팔라서, 

   정상까지 등반시간은 1시간 이상을 소요되는 난코스라 한다.

 

 

 

   그런대로 이젠 산행의 경험이 조금은 쌓인 나로서는,

   당연히 <오르기 험난할수록 얻는 것도 많다.>는 사실을 알기에,

   의암댐에서 오르는 등산코스를 택하고 싶지만,

   가족간의 가벼운 등산이라 비교적 등산하기가 쉬운 등선폭포 쪽 등산로를 선택했다.

 

 

 

 

   춘천시내를 벗어나 강촌방향으로 운전하여,

   등선폭포 가 있는 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차를 주차한 후 등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들머리에서부터 기대보다는 실망감이 먼저 들었다.

 

   왜냐하면,

   금선사와 삼악산 약수가 있는 초입부터,

   계곡 양쪽으로 가게가 난립해,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헤치고 있었다.

   이는 비단 계곡 입구뿐만 아니라 흥국사까지 이어져 흉물스럽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

 

 

 

 

   하지만 등선폭포 코스는,

   의암댐에서 오르는 코스와 달리 요람과 같은 포근함을 지니고 있다.

   부침개, 백숙 등을 파는 음식점을 지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등산로는,

   여느 동네의 뒷동산에 있는 약수터를 오르는 기분이 들 정도로 경사가 완만해,

   등산보다는 산보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거기에다 기기묘묘한 바위와 계곡이 깊고,

   등선폭포와 비선폭포 옥녀담과 선녀탕등 폭포와 물이 많아 다소 습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바위마다 푸른 이끼가 마치 숲을 이루듯 덮여있는 협곡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깊이와 절경은 여느 협곡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등산로는 그리 힘들지는 않으나 의외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돌이 날카롭고 빼족한 것이 많고,

   계단이 놓이지 않는 등산로에는 콩 자갈들이 많아 미끄러워 넘어질 위험성이 많다.

   그리고 흥국사에서 작은초원까지는,

   가파른 철계단과 333개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작은 초원에서 큰 초원까지는 비교적 원만하나,

   용화봉 정상까지는 다소 미끄러운 바위길로 이루어 져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삼악산 주변의 삼악산성은,

   2천여 년 전 춘천 우두벌을 근거지로 했던 고대 맥국에 의해 산성을 쌓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삼악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절경은 빼어나다.

   멀리 의암댐의 푸른 물줄기와 춘천시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또한 주변에는 용화산(878m), 오봉산(779m), 부용산(882m)이 병풍처럼 서 있다.

 

 

 

  

 

   이번 추석날 삼악산 등산은 내게는 정말 오랜만의 산행이다.

   물론 다 핑계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입산통제라 못가고, 장마라 주말마다  비가 오는 날이 많아 못가다 가는

   오랜만의 산행이라 무척 힘이 들었다.

   땀이 비 오듯 하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가슴이 뻐근할 정도다.

 

   그래서 몇 번이나 흥국사에서 멈출까했지만 자주오기 힘든 기회에 포기할 수 없었다.

   의외로 막내아들 녀석서 힘겨운 기색 하나 없이 나를 이끌어줘 무척 의지가 되고 대견스러웠다.

   어리광안 부린다고 걱정했지만 내가 모르게 벌써 자신의 몫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척 행복한 산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