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0년, 양양 곰배령등산

소우(小愚) 2010. 10. 25. 10:50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과,

양양군 서면에 걸쳐 있는 해발 1424m의 점봉산(點鳳山)의 일부 산등성이는,

설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다.   

 

북동쪽에 설악산 대청봉이,

북서·남서쪽엔 가리봉(1519m)과 가칠봉(1165m)이 솟아 있다.

양양 방면은 기암괴석과 암반위를 흐르는 계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인제 쪽은 산 중턱부터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점봉산은,

원시림에 가까운 숲이 보존돼 생태계 보고이기도 하다.

한반도 식물 남북방 서식지의 한계선이 맞닿아 있어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20%에 해당하는,

854종이 자생해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존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산림청도 점봉산 일대를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역에서 철저한 입산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학술 연구 목적의 입산은 사전허가를 거쳐 일부 허용되고 있으나,

산악·동호회 등을 통한 단체 등반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곰배령은,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누워있는 듯한 형세를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의 원시림과,

귀목골 등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다 만날 수 있는 아늑한 곳이다.

 

곰배령은 16만여㎡(5만여평)의 평원으로 형성돼 있다.

이곳엔 얼레지, 동자꽃, 노루오줌, 마타리, 둥근이질풀, 물봉선, 쑥부쟁이,

용담, 투구꽃, 노란 패랭이꽃 등 각종 야생화가 군락을 이뤄 계절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야생화 사이로 설악산 능선도 한눈에 보여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곰배령은 '고산 화원' 또는 '천상의화원'으로도 불린다.

할머니들이 콩자루를 이고 장보러 넘어 다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사 또한 완만해 트레킹에 가까운 느낌이 들게 한다.

 

여름에 온산을 뒤덮은 야생화와,

청량감을 더하는 크고 작은 계곡, 그리고 가을에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과,

겨울이면 이국적인 설경을 자랑하는 점봉산은,

한마디로 4계절의 매력 포인트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산이다.

 

 

인제국유림관리소에 탐방예정자 명단을 팩스로 보내고,

일정을 통보받은 후부터 곰배령 등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벅차다.

그동안 야생화의 보고로 각광받아온 탐방지라 야생화가 피는 봄에 등산하고 싶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찾게 되었다.

 

하지만 한 편으론 조금 염려스럽기도 하다.

전번 주 내설악 십이선녀탕 계곡의 빼어난 절경을 본지라 조심스럽다.

그래도 뭐 워낙 야생의 생태계가 잘 보존된 야생화의 보고로 유명한 곳이라 기대감도 크다.

 

9월 중순쯤 인제국유립사업소에,

탐방참가대상자에 대한 자료를 팩스로 보내고  9시에 탐방허가를 받은지라,

강릉에서 이곳 산행들머리까지 1시간 40여분이 소요되는 관계로 7시경에 출발했다.

 

강릉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이곳 곰배령으로 오려면,

속초방향으로 운행하다 양양 큰다리를 지나 오색 한계령 방향으로 오다,

구룡령 도로로 진입하여, 양양 양수발전소 방향으로 가다 조침령 터널을 지나서,

진동리로 가면 들머리를 민날 수 있다.

 

생태보존을 위해 하루 200여명의 입산만 가능하기에,

이 곳 점봉산 곰배령을 산행하려면, 미리 산림청허가를 받아야 한다.

산행 들머리에서 산림청직원으로부터 간단한 신상확인 절차를 받은 후 ,

노란색 조끼를 받아 입어야만 입산이 가능하다.

 

이 곳 곰배령은

강선계곡을 따라 강선마을이 있는 곳까지는,

숲 속 오솔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곱배령 못 미쳐 언덕길이 있으나 경사가 급하지 않으나,

돌이 많아 발목을 삐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좋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시기의 곰배령의 등산은 실망스럽다.

야생화나 생태탐방을 위한 것이 아닌 등산을 위해서라면 적합하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개한 단풍을 기대하고 왔으나 벌써 단풍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다.

하지만 조침령을 오르며 만나는 붉게 물든 능선의 풍경과 진동계곡의 순박함은 너무나 곱고 아름답다.

아무래도 이 곳 곰배령 산행의 백미는 야생화가 피는 봄의 산행이 백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