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의 원 이름은 <고려엉겅퀴>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가 마치 술 취한 사람의,
몸짓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봄나물의 대부분이 구황식물인 것처럼,
이 곤드레도 역시 구황식물로 밥의 양을 늘려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산촌의 서민에게 있어서 이 곤드레는,
겨우내 먹던 양식이 떨어져 보리가 나오는 시기까지를 이어주는 보릿고개의 상징과 같다.
지금은 노지에서 재배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만,
아직도 산에서는 하루 종일 뜯어야 한두 옴큼 뜯을 수 있을 정도로 귀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강원도 정선이나 평창에 가야 먹을 수 있는 특산물 중의 하나였다.
사실 내가 먹어 본 곤드레 맛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입 안에 와 닿는 느낌이 다소 투박하고 거칠다는 느낌이 맞을 것이다.
무슨 향기가 나는 것도 아니고 써서 역하거나 향긋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드럽거나 달콤하지도 않다.
아예 맛이 없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나물이다.
하지만 이 곤드레 만큼 다른 것들과 잘 어울리는 나물도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국민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서민의 맛인지도 모른다.
내가 봄이면,
유난히 즐겨하는 나물이 곤드레다.
그것도 곤드레밥과 곤드레된장국를 특히 좋아한다.
물론 어렸을 때 먹었던 향수도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들기름을 넣고 매운 고추장으로 비벼먹던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산촌이 고향이라,
감자와 옥수수가 주식과 마찬가지였던지라,
곤드레를 넣고 지은 밥은 유난히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었던 것 같다.
또 곤드레를 뻑뻑한 정도로 넣고 끓인 된장국은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곤드레를 채취하고 싶어,
6월이면 어김없이 등산을 핑계 삼아 산에 오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요즘 먹는 곤드레 밥은 배고플 때 먹었던 어린시절의 그 맛은 결코 아니다.
어쩌면 그저 한 때의 추억이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먹는 것인지도 모른다.
곤드레는 먹었어도,
엉겅퀴 꽃과 흡사한 곤드레 꽃은 몰랐듯이,
추억속의 모든 것들은 항상 아름답기 마련인 것 같다.
지금은 곤드레 축제도 열리고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지만,
내게 있어 곤드레는 어린 시절 배고픔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의 그 맛이 그리운 건,
나도 모르게 늙어 감을 자각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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