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가슴에 담아 둔다는 건 그리 행복한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이 허전하고 조금씩 외로움이 더해가는 계절이지만, 때때로 마음은 있으나 보살필 수 없는 안타까움 역시 함께 자라니까요.
이 계절처럼 낙엽이 떨어지고, 또 거기다 싸늘한 바람까지 더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으로 싸한 바람이 스며들거든요.
아무리 나 몰라 하고 싶다 해도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는 가 봅니다.
살다보면 우연찮게 추억이 담긴 그 누군가와 머물던 자리가 임자 없이 공허하게 비어있음을 알게 되거든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가슴으로가 아닌 마주보는 사람이 되어 목청껏 불러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에게도 나 역시 가슴에 사는 사람이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지나가버린 시간을 돌릴 수 없듯이 자라지 못한 내 사랑은,
이제는 동심의 애틋함이 되어 막연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요.
산다는 건 어쩌면 하루하루 내 가슴속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추억을 쌓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인가 영원히 내 곁을 떠나버리면, 죽어 내 사랑의 흔적이 지워질 때까지,
그 사람을 가슴에 담아두기 위해서 그럴 겁니다.
죽어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 뭐 그리 아등바등 살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은 요술방망이를 든 도깨비와 같아,
스스로가 만든 사랑의 함정에 빠져 그 누군가를 담아 둬야 직성이 풀리는 가 봐요.
또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죠.
하지만 지울 수 있다면 지우고 살아야 합니다.
비운 그릇이어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사랑 역시 그럴 겁니다.
새로운 사랑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또한 그 사랑마저 가슴에 묻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또 다른 누군가를 가슴에 담아둔다면,
어찌 그 사랑이 진실하다 하겠습니까?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이라면,
사람은 잊어도 사랑에 대한 기억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는 걸 알 겁니다.
누군가를 가슴에 품으면 그 사람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지요.
설령 내게 남겨진 그저 상흔이고 눈물뿐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원망조차 할 수 없다는 걸요.
지금 다시 만나다해도 그 시절 그 모습, 그 감정이 사라질까 두려운 마음에,
막연히 생각나는 기억일지라도 꼭꼭 씹어 삼키게 됩니다.
어쩌면 너무 고단해 잠을 이루지 못하듯,
가슴에 멍이 들어 더 이상 놓아주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내게 주어진 하루의 삶을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건,
아마 나의 가슴에 남겨진 그대에 대한 사랑의 기억은 영원하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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