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21주년 결혼기념일

소우(小愚) 2010. 10. 16. 09:57

 

 

 

 

 

◇ 원앙처럼 살 수 있기를 ... 

       

오늘은 결혼 21주년이다.

매년마다 맞이하는 결혼기념일이지만,

한해가 더해질수록 아내에 대한 소중한 마음은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내의 고생들에 대해 왠지 죄스러운 마음도 커지는 것 같다.

 

남자는 늙어갈수록 외로움을 느끼게 됨은 필연이다.

할아버지의 삶도 그랬었고 아버지의 삶도 그랬으며, 나의 삶 역시 그럴 것이다.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늙어감에도 남자는 늙어갈수록 왠지 추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게 남자는 아내나 자식,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천덕꾸러기가 되기 십상이다.

아무리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능력을 상실한 사람이 환영받는다는 건 그리 쉽지 않다.

 

나 역시도 그랬었다.

내 삶이 바쁘다고, 내 인생이 힘들다고 외면하고 살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아마 내 아이들도 어른이 될 터이지만 내가 그랬듯이 내리사랑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당장 쓰러져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지 않고는,

먼저 다가가 알아서 챙겨드린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늙으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지해야 하는데,

그 당사자가 부부가 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와 원앙처럼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남편은 아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보이면,

마치 자신의 잘못인양 미안한 느낌을 갖게 된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고 싶은데 ,

여건상 그러지 못해 항상 마음 아파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희생을 실천하는 것처럼, 남편 역시 아내에게 그렇다.

아내가 신경 쓰지 않도록 가능하다면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책임지고 싶어 한다.

 

누구나 처음 아내를 맞이했을 때에는,

아내만을 위해 살기를 맹세하고 다짐했을 것이다.

둘만의 오순도순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서로를 위하면서,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변함없이 사랑하겠노라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의도하지 않는 일이 생기고,

서로 바랐던 기대가 무너지고, 믿음이 옅어지면,

신혼의 초심을 잃고 자신만을 아껴주지 않는다고 어린아이 같은 투정을 부리게 된다.

그렇게 언제부터 현실의 일상이, 사랑마저 무너뜨려 버리게 되는 것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돈 때문일 것이다.

말로는 아쉽지 않을 정도의 돈만 있으면 충분하다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언쟁이 돈 문제이고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아닌 것 같다.

 

어떤 때는 일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고 화가 울컥 올라올 때도 있지만,

맞벌이로 피곤에 지친 얼굴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능력 없는 나의 책임인 것 같아 화보다는 미안함이 먼저 슬며시 고개를 들고는 한다.

그저 힘들지 않을 만큼 풍족하게 해주지 못하는 안쓰러움에 가슴이 쓰리다.

 

그래서인지 운동을 하다 지나치는,

다정한 부부의 모습은 왠지 마음이 포근해진다.

이렇게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에게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나이가 들어 늙어갈수록,

아내만큼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나에게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나 역시도,

죽는 날까지 서로 다독이고 어루만지면서 의지가 되는 부부로 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아내란,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람이나 꽃향기가 아니다.

심장이 한시도 움직이지 않으면,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편의 심장은 바로 아내다.

 

부부가 무촌인 것은,

바로 하나의 심장을 쓰는 일심동체라는 의미다.

내가 먼저 아내의 마음을 배려하는 금슬 좋은 원앙처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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