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
요즘 하루를 보내기가 두렵다.
휴대폰으로 들려오는 문자매세지 수신음이 반갑지 않다.
갈수록 반가운 문자매세지보다 좋지 않는 소식을 알리는 문자매세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추석 명절부터 큰댁 큰형님을 비롯하여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친구와 지인들의 부모님들이 연달아 돌아가셨다.
한사람이 내 곁을 떠나갔다는 아픔보다,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이 떨어져나간 것처럼 허탈한 시간이었다.
요즘 가장 마음이 아픈 건 알고 지내던 사람이 하나 둘 곁을 떠나간다는 사실인 것 같다.
젊었을 때는 그리 마음에 두고 살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이 서운했던 일보다 고마움을 느꼈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을,
추억으로만 기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거듭될수록 내 마음 역시,
입고 있던 옷을 한 겹 벗어낸 것처럼, 추위를 느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보다 훨씬 더 크다.
그런 그리움은 어쩌면 영원히 나의 마음속에 사는 그리움일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나를 감싸주었던 사람으로부터의 이별을 의미하기에 외로움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지난 기억이나 그리움 역시,
시간이 더해질수록 옅어지는 것이 바로 사람의 기억이기에 더 그럴 것이다.
그래서 죽은 사람보다 살아가는 사람이 더 아프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모르겠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정(情)을 외면하고 살수는 없다.
사랑이든 원망이든, 아니면 슬픔이든 말이다.
그렇기에 영원한 헤어짐으로 인한 그 사람의 기억은 저 혼자서 아무리 지우려 해도 결코 지울 수 없다.
우연히 걸어간 골목 한 구석이나 허름한 창고 한구석에도그 사람과 함께 한 흔적이,
빛바랜 낙엽처럼 뒹굴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죽은 사람은 빨리 잊어야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미 죽은 사람은 더 이상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니까,
내세우는 핑계일 뿐이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일수록,
잊으려하기 보다는 악착같이 더 기억하려 애써야 한다.
그것이 남아 있는 사람의 도리인 것이다.
그동안 나에게 준,
사랑이나 도움의 크기만큼은 아니더라도
기억 속에서라도 함께 살아야 덜 외롭지 않을까.
살아서 함께한 기억마저 외면한다면 그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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