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붉은 노을

소우(小愚) 2010. 10. 8. 10:59

  

 

 

◆ 노을 지는 저녘에

 

가을이 되어서인지,

요즘 퇴근길에 보는 저녁노을은,

마치 단풍처럼 유난히 붉다.

마치 빨간 봉숭아물을 드린 손톱처럼,

태양을 따라 붉게 물든 하늘은 조금은 처절한 느낌도 든다.

 

왠지 내게 있어,

해 질 무렵은 땅거미가 내리듯, 

은근하고 차분하게 붉게 물들어가는,

그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노을만 보면,

노을이 잘 보이는 곳을 찾아,

황급히 차를 몰고 달려가고는 한다.

산자락으로 검은 커튼을 드리운 산의 형세에 따라,

수묵화와 같은 구름이 뒤덮은 위로 첫사랑에 빠진,

아가씨의 발그레한 볼과 같은 노을 모습은 그저 황홀할 뿐이다.

 

붉은 노을이 지면 나는,

대학시절 부산 행 밤 열차가 생각난다.

아침에 탄 열차가 영주에서 갈아타고 내려가다 만나는,

섬진강의 저녁노을처럼 아름다웠던 풍경은,

늘 마음 한 구석에 담아놓은 소중한 기억 중 하나다.

 

그리고 태백선에서 만나는,

우뚝 솟은 산 너머로 지던 노을도 잊지 못할 풍경이다.

물론 이 모두가 여행이라는 테마를 품고,

추억이라는 그리움으로 포장되어서 그럴 것이다.

또한 학창시절의 순수한 마음이 느꼈던 달콤함이기도 하다.

 

이처럼,

노을과 같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모두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심미안과 같은 무슨 특별한 감각을 의미하는 아니라,

연을 마음으로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관일지라도 그것을 보고 느끼지 못하면,

그 사람에게 있어 아름다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난 막내 녀석과 산책을 하거나 산행을 할 때면,

들에 핀 작은 들꽃 하나일지라도 일일이 이름이나 특징을 알려주고, 전설을 들려주고,

산행을 하면서 산이 주는 혜택이나 멋을 감상하는 방법들을 가르치려 애쓴다.

 

하지만,

늘 힘들어만 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자연을 즐길 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침 햇살이 스며들어,

은 갈치의 비늘 같은 아침바다와,

홀로 태어난 듯 산봉우리에 우뚝 선 바위라든가,

아득한 절벽에 기대어 선 기암괴석,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 능선의 아름다움과,

계절마다 변하는 나뭇잎들의 변화는 물론 몸에 느끼는 기온이나 바람의 살랑거림과,

굵고 가늘게 내리는 빗줄기와 빗소리마저,

가슴을 열고 마음으로 바라보는 즐거움은 곧 행복과도 같은 것이다.

 

난 아직도,

이런 경치를 보면,

나도 모르게 감상에 젖어들고는 한다.

그래서 되지도 않는 사진 촬영이나 잡스러운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취미들을 통해 나의 피곤한 일상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정화시킬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굳이,

누구에게 자랑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 의지로 한다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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