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은 학창시절 여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물으면,
현모양처(賢母良妻)라 대답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던 것 같다.
현모양처라 함은 보잘 것 없는 꿈처럼 보이지만 그것만큼 이루기 힘든 꿈도 없을 것이다.
국어사전에서의 현모양처는 어진 어머니이면서 착한 아내를 뜻하는 말로 유교적 윤리관에서 비롯된 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평범활 것 같은 이런 어질고 착한 여자가 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어쩌다 좋은 아내는 그럭저럭 된다 해도 21C에 있어 어진 어머니가 되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기초적인 수학공식 정도는 마스터해야 하고,
외국어 한두 개쯤은 중얼거릴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피아노와 같은 악기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스포츠종목도 한두 개는 마스트 해야 한다.
어디 이뿐이랴.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서는,
세대간의 갈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세대간의 놀이나 문화도 이해해야 한다.
또한 남편이 즐겨먹는 음식이나 취미도 알아야 하고,
가끔씩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정보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양처(良妻)보다는 현모(賢母)가 어려웠다면,
요즘은 현모(賢母)보다는 양처(良妻)가 되기 더 어렵다.
1970년대만 해도 가정의 중심은 남편이었으며,
아내가 남편을 받드는 가부장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관습과도 같았다.
하지만 21C에 있어서 가정의 중심은 아내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가정이 많아,
오히려 남편의 권위가 아내에게 귀속된 측면이 강하다.
때문에 지출의 중심은 아내의 몫이고 가장 큰 혜택은 아이들일 것이다.
그것은 남편은 받들어야 할 존재이지만 아이는 사랑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희생은 필수다.
어쩌면 자신의 꿈은 뒤에 밀어놓고 오로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던져야 할런지도 모른다.
자신의 꿈이 아니라 남편의,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아이들은 공부 하나만 잘해도 효자소리 듣지만, 어머니는 아이에게 만 가지를 잘하다 한 가지를 잘못해도 마음 아픈 존재다.
이렇듯 현모양처란 이것저것 다른 일을 다 해보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마지막 꿈이 아닌 바로 현실속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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