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산을 즐기는 법

소우(小愚) 2010. 3. 23. 11:02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산을 계절에 따라 테마를 정해놓고 감상한다.

봄에는 물, 여름에는 나무,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이다.

 

첫째로,

봄의 산행에 있어 가장 주안점은 물이다.

특히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 해의 산은,

산골짜기마다 물이 만든 풍경으로 너무나 아름답다.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 수량이 풍부하여,

물의 흔적이 남아있던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폭포를 이룬다.

 

그리고,

골짜기마다 온통 물 흐르는 소리가,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우렁차다.

<어떻게 이런 곳에 폭포가?>라고 의아스러울 정도로,

전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곳에 형성된 물줄기를 보면서,

<물은 낮은 데로 흐른다.>란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곳이 바로 산이다.

 

산을 울릴 정도로,

우렁차게 소리치는 물소리를 들으면 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왠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마음속에 꽉 들어차는 기분을 느끼게 되어서 좋다.

물론 봄꽃들의 화사함이나 연녹색의 푸름도 아름답지만,

꽃은 사시사철 골고루 감상할 수 있기에,

봄의 테마로는 다소 약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둘째로,

여름 산의 백미는 바로 나무가 아닐까 싶다.

<산의 주인은 나무다.>라는 말이 있듯이,

나무가 없는 산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여름은 수많은 나무 중에서도 활엽의 나무들이 그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여린 연두색 움을 틔워 점차 녹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는 즐거움이 남다르지 않나 싶다.

녹색이 베푸는 싱그러움은 그저 산을 바라만 봐도 가슴 속 깊이 상쾌한 기분이 든다.

무덥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 쬐어도 나무 그늘에 앉거나,

확 트인 바위 위에 서면 절로 행복해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셋째로,

가을 산의 테마는 당연히 단풍이다.  

단풍 중에서도 백미는 단풍나무의 단풍일 것이다.

내가 다녀 온 산 중 영동지방에서 단풍을 감상하기 좋은 곳은,

설악산에는 천불동계곡과 한계령, 그리고 대승령에서 대승폭포 구간의 단풍이고,

오대산은 동대산에서 두루봉까지의 구간이 곱다.

 

또한 강릉에서는,

삽당령에서 석두봉 구간과 대관령 옛길,

보현사 주변의 단풍이 아름답다.

또 단풍길 드라이브 코스로는 오봉댐에서 삽당령 구간과 대기리,

그리고 연곡에서 진고개에 이르는 길이 빼어나다.

 

단풍이 얼마만큼,

곱게 물드느냐는 날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너무 이른 추운 날씨는 단풍이 채 물들기도 전에 떨어지기 쉽고,

너무 가물어도 오래가지 못하며, 서리가 자주 내려도 흑점이 생겨 곱지 않다.

단풍은 나무마다 물든 각각의 색을 감상하는 멋도 좋지만,

누가 뭐라 해도 산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단풍의 멋을 제대로 감상하기에 가장 좋을 것이다.

오색의 옷으로 치장한 나무의 옷차림은 새색시의 은은한 부끄러움과 같다.

 

넷째로,

겨울 산은 눈이 만든 풍경이 아닐까 싶다.

눈이 많이 내려 나뭇가지에 앉은 설화도 아름답지만,

안개가 만든 상고대의 아름다움에 비할 바는 아니다.

잔가지마다 갖가지 모양으로 만들어진 얼어붙은 상고대는,

자연이 만든 명화일 수밖에 없다.

 

특히 억새나,

말라버린 풀과 같은,

투명한 대공을 품고 만들어진 상고대는 신비로운 그 자체다.

차가운 겨울 날 아침산행을 하면서 맞는 차가운 바람결이,

그저 추운 것만 아님을 느낄 때쯤이야,

겨울 산행의 즐거움을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볼이 얼어붙고 손이 시려,

도 여유가 주어지는 대로 겨울 산을 등산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눈이 가진 미끄러운 특성 때문일 것이다.

눈길에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즐기는 눈썰매는,

되색일 수 있는 동심의 순수함과 추억을 느낄 수 있어 좋다.  

 

태초로 대지에,

눈이 내린 숲 속 흔적하나 없이 깨끗한 숲길을,

처음 걸어보는 느낌은 그저 행복할 뿐이다.

이렇게 겨울 산행은 자신만의 세계를 최초로 접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눈의 뽀드득거리는 소리를 듣는 재미는 또 어떤가?

 

각자,

산을 찾는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중년의 나이에 산행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건강을 유지하고픈 간절함 때문일 것이다.

 

어째든,

이왕 산행을 할 바에는,

건강도 지키면서 산이 주는 즐거움도 함께 느껴보는 것도,

산에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길일 것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테마를 정해 산의 풍경을 감상하고 즐기는 것 역시,

산을 즐기는 하나의 방편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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