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내리 사랑

소우(小愚) 2009. 12. 11. 10:53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

이젠 나도 늙어가고 있음을 심감하게 됩니다.

때때로 “왜 이리 아등바등 살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뜬 눈을 세운적도 많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행복이라는 작은 위안을 받고 살아갑니다.

 

평범한 일상이 때로는,

순탄한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지만 굴곡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나 사람들이 없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음으로 초라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은 힘들고 바쁘더라도 무엇인가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한 법이죠.

 

시간은 무한하기 때문에,

유한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가 붙잡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람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시기가 따로 있습니다.

제때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지 못하면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것처럼,

시기를 한번 놓칠 때마다 자신이 누려야 할 행복의 몫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오늘 하기 싫다고 미뤄놓으면,

내일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제의 일은 이미 그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똑같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그 때의 상황과 생각은 이미 달라져 원래 원했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천재지변과 같은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면 어떠한 이유도 핑계일 뿐입니다.

 

어린아이가 갑자기 어른이 될 수 없듯이,

배움이나 사람이나 인생이나 시간이란 과정이 필요합니다.

어린시절 등교하는 자식의 등 뒤로 눈물짓던 어머니의 애처로운 눈빛이나,

새벽이면 장독대에 정화수 떠다놓고 두 손 모으던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의 마음도,

자식이 자라 자기 자식을 키워봐야 알게 되었지만,

당신의 모두를 주지 못하고 몫을 나누는 안타까움은 늘 당신에 대한 원망으로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알아야 하는데,

우린 늘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을 탐하려고만 합니다.

복권을 사지도 않았으면서 가까운 사람이 당첨되면 배가 아픈 것처럼 말입니다.

이 모두가 부모의 사랑은 물과 같이 아래로만 흘러가는 이치처럼,

나 역시도 그 사랑을 대물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늦은 밤 등잔불 밑에서,

옷가지나 양말을 꿰매시던 어머니의 투박한 손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혹여 감기 들세라 이블 깃을 끌어 덮어주시던 어머니의 자상함이  그리워집니다.

잘못하고 돌아온 날 다리가 피멍이 맺히도록 회초리로 때린  후,

함께 우시던 눈물 맺힌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되돌아보면 모두가,

가슴이 먹먹한 슬픔이면서 행복한 순간들이었지만,

난 지금도 애잔한 그리움으로 머물고 맙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어머니의 모습은 뵙기가 두렵습니다.

 

내가 받은 사랑에 대한,

마음의 짐을 벗지도 못하면서,

원망만 앞세우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이것은 아니다.” 란 자각은,

아직도 한사람만을 바라보고 사시는 어머님의 갸여운 모습을 지켜야 하는,

나의 용서만으로 눈물 가득하게 합니다.

 

참, 마음이란 놈만큼 말 안 드는 녀석도 없습니다.

“그래, 오늘만큼은 가식적이라도 좋으니 아내나 아이들에게 좋은 말만 하자.” 고 다짐하지만,

이런저런 일상들과 부딪치게 되면 언제 다짐하기라도 한 것처럼,

예전저첨 변함없이 짜증내고 잔소리하는 나와 만나게 됩니다.   

요즘은 아내를 대신해서 가사 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런저런 불만이 많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가 봅니다.

20여년을 관리 쪽 일을 해서인지 정리정돈은 필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넘기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편이어서,

책을 읽다가, 혹은 물건을 사용하다 그 자리에 놔두는 일과 같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몹시 싫어합니다.

그것은 같이 사는 사람의 약속이며 책임과 의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부드럽게 살아야 하는데,

점점 외골수 적 기질로 변해 감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나로서는 지금의 행복들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라는 염려에서의 사랑이라 말하지만,

혹여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는 구속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일에 대한 결말이나,

성취를 시간에 맡겨둔다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죽으면 한낮 부질없는 삶이 될지라도 내 스스로에게 초라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도 나를 사랑해주셨던 나의 부모님처럼,

나의 자식들에게 사랑을 준 부모로 기억되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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