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경험을 간직한 사람은 그리움이란 열매가 달린 나무와 같다.
삶에 바빠서 잊혀진 듯하지만,
추억이 비가 되어 내리는 날엔, 불현듯 현실인 듯 살아 꿈틀거리는 마음의 약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왠지 마음이 축축해지면,
어둠이 내린 포장마차에라도 들려 술 한 잔에 추억을 함께 마시고 싶거나, 친구가 보고 싶어 핸드폰을 검색해보지만,
마땅히 나를 위해 나와 줄 친구가 없어 당황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집 가까운 간이주점이나 노래방에서 고독을 벗 삼아 홀로 홀짝거린적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잊을 수 없음은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리움이 남아 있어서다.
얼굴도 희미해지고, 함께 했던 추억도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냥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바로 그리움이다.
고향을 떠나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나 바람결에 고향 소식 한 줄 들어도,
어린 시절 마당 한구석에서 같이 놀던 코 묻은 계집애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바로 이런 그리움이란 조각들이 가슴속에 항상 남아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잊은 듯하지만,
실상은 그리움은 나무가 되어 자신의 나이와 함께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대게 누구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나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주길 원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세월이 지나면 그러한 것들이 오히려 사람을 구속하는 지렛대에 불과했음을 알 게 된다.
그 사람의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었음을 잊어버린 것이다.
온전히 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과거마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과거에 가두면 집착이 되어 오히려 나아가지 못하고 멀어지게 하기 쉽다.
사람의 마음을 자신의 의지 하에 둔다는 것은 아마 신이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의 사랑을 키우는 것은 그리움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홀로 남겨졌을 때 그 사람이 그립지 않다면 어찌 보고 싶을까?
그리움이 자라나야 그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움이란 열매를 하루아침에 딸 수 있는 건 아니다.
곡식을 기르듯이 매일 매일 조금씩 정성을 다해야 사랑이 되고 추억이 되고 행복이 되는 것이다.
세월에 누워 삭혀져 아픔이란 자양분을 먹고 자라야 비로소 그리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눈을 감고 가만히 마음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왠지 마음 가득 포근해지고 따뜻해지는 느낌이 바로 그리움이란 열매다.
내 마음속에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게 담겨 있다.
어쩌면 사랑인지조차 모르고 내 곁을 떠나가던 까무잡잡한 얼굴과,
긴 머리가 아름다웠던 소녀의 저 눈매, 저 눈동자, 눈가에 채 지우지 못한 심술궂은 장난 끼마저도...
그 사람에 대한 얼굴과 모습, 그리고 작은 몸짓 하나하나, 해맑은 미소와 따스한 손길 등등,
그 철없고 못생긴 얼굴이 보고파지고,
여린 마음에 아픔만 남겨주던 그 모질던 말과 행동마저도 세월에 기대어 갈 때쯤이야 비로소 그리움이라 할 것이다.
그리움은 처음에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지는 것이 대부분이나,
나이가 들수록 점차 친구나 스승과 같이 그동안 마음의 여백을 채워주던 소중한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처럼 그리움은 불행했던 과거를 이기고 맺는 열매이기에 더욱더 소중하다.
사람의 일생 중 노년에는 지난 세월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면서 산다 했다.
그만큼 사람의 일생 중에 추억이 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야 노년의 생이 즐거울 수 있음이다.
여가가 날 때마다 흥겹고 행복한 것들을 보고 듣고 함께 동참하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혹여 마음이 상하고 실패의 쓰라림을 알게 되더라도,
좋았던 순간만을 기억할 수 있도록 늘 생각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즐겁고 행복한 생각을 많이 하면 저절로 얼굴에 행복이 쌓여가게 된다.
그렇게 내가 키우는 그리움의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기쁘고 행복한 경험을 많이 해야 보다 더 아름다운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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