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낙서같은 詩

가을이 잠들다.

소우(小愚) 2009. 10. 12. 11:10

 

 

 

 

 

 

   ◇ 가을이 잠들다

 

   사무실 문을 열자

   햇살이 바닥에 누워있다.

 

  빗물로 얼룩진 창 너머로

  숲을 더듬고 내려오는 괘방산 햇살은

  책상 위에서 어리광부리듯 한다.

 

  붉은 옷을 입은 가을은 

  소녀의 사랑이 잠든 그 시절처럼

   읽다 만 소설책 갈피에 끼워지고

 

  그렇게 의미가 머물다 간 자리에는

  계절이나 사람이나 흔하디 흔한 단풍 잎 하나조차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커피잔을 들고 

  나를 스쳐가는 시간에 기대어 서서

  나는 잠시 가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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