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재회는 설레임이다.

소우(小愚) 2009. 6. 12. 14:11


“ 요즘 어떻게 지내?”

“ 그럭저럭. 그렇지 뭐.”

     이렇게 이별의 아픔을 겪은 연인들은,

     재회 하더라도 마음속에 가득 들어찬 말들을 뱉어내지 못하고 별 의미도 없는 말을 늘어놓게  된다.

     많은 날들을 그리움의 언어들이 가슴 가득 차곡차곡 쌓여있어도 만나면 한심스럽게 얼굴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보고 싶은 마음으로야 허리가 으스러지도록 부둥켜안아도 해소될 리 만무하지만 막상 만나면 손 한번 덥석 잡지도 못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으로 헤어지지 못하고 살아가는 동안,

     늘 가슴 한 구석에 자신만의 비밀의 방을 만들어 놓고 그 사람과 지냈던 기   억들을 담아놓고 산다.

     아무리 모질게 떠나간 사람일지라도 마음으로 보내지 않는 한 그 사람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과 함께 살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한결같을 수 없다.

     서로에게 첫사랑이 아닌 한, 각자 사랑의 기억을 안고 산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랑의 기억은 때에 따라서는 비교의 대상으로,

     안타까움의 대상이나 또 간절한 그리움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행복한 사랑의 전령사가 되기도 한다.

     지난 사랑에 대한 미련이 있는 사람에게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불행한 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사람에게는 현재의 사랑이 최고의 행복이 될 수도 있음이다.

     우리가 감성적으로 느끼는 행복이나 사랑,

     그리고 만족감들은 거의 모두가 추상적인 느낌이기에 모두에게 동등한 느낌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만나고 헤어지며, 또 그들만의 사연을 만들고,

     그것이 추억이 되어 상처로 혹은 행복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누구든지 자신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준 사람은 다시 만나기를 희망하나, 반대로 아픈 기억을 준 사람을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회한으로 남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때문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살아있는 동안에 한번쯤 다시 만날 기회가 주어지기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

     그것은 이미 인생이란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이 모질게 대했던 사람이나,

     자신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사람에게서 진정한 용서를 받고 싶은 욕심이 더 강할 것이다.


     재회는 설레임이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 여행이다.

     또한 자신의 잘못된 인생의 행로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재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미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나 평생의 동반자가 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하지만 아쉽게도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고정된 시각을 갖게 된다.

     생활의 방식이나 타인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기준을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그래서 타인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항상 열린 마음을 갖고 변화를 바라보아야만 급속하게 변화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아집과 독선이라는 독배를 마셔버린다.


     인연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그리고 그 인연 중에서도 자신의 인생에 있어 조금이나마 영향을 준 인연은 더더욱 소중한 것이다.

     사람이란 시련을 계기로 성장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 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나에게 시련을 준 사람일지라도 때때로 고마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60억에 이르는 세계인구수  중 자신과 인연이 된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채 만 명도 안 될 것이다.

     아니 손 한번 말 한번 건네고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은 채 백 명도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주어지는 인연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고 타인과의 만남에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마음 속의 그리움이 되었던 사랍과 만나 따뜻한 국물이 있는 안주에다 쓴 소주 한 잔을 나누어 마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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