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는 나와의 약속이다.
아무리 못생긴 사람도 거울을 본다.
젊었을 때는 영화에서처럼 샤워를 한 뒤,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말린 후 스킨을 바를 때 내 모습을 보면,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이젠 내가 나를 보는 것조차 싫어진다.
가슴이 처지고,
올챙이배처럼 튀어나온 모습은,
왠지 자신조차 괸리하지 못하는 게으른 사람 같다.
중년의 뱃살은 인격이라고 자위하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 할 뿐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것은,
지금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음속으론 이래서 안 된다 안 된다 하면서도,
자고 나면 매일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은연 중에 매사를 내가 편리한데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몰아간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잘못된 일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당연한 일처럼 되어 버렸다.
스스로의 삶인데도,
자신이 선택하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 결정되어 버리는 것은 물론,
때때로 이미 지나온 과거에 대한 일조차 남의 탓으로 돌리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 자신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하려 한다.
이제 노출의 계절인 여름이다.
물론 나야 옷 벗고 돌아다닐 일이 없지만,
그래도 남 보기 싫을 정도는 안 되려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은 가까운 사람인 것 같다.
안 하던 짓 하면 빨리 죽는다느니,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하면서 옆에서 염장을 지른다.
회식자리를 만들고, 고기 종류를 열심히 챙겨준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마음가짐이다.
다이어트를 한다 해서 특별이 누가 봐 줄 사람은 없지만,
나에 대한 약속이기에 지키고 싶다.
지금도 혈압이 높아 혈압 약을 매일 먹는다.
살이 안 쪘을 때는 혈압도 없었고 몸도 가벼워 무슨 일이든 의욕이 넘쳤었는데,
살이 찌고부터는 과식에다 운동부족에다 시간만 나면 자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일들이 귀찮고 짜증스럽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바로 처리하지 않고 차일피일 습관처럼 미뤄 버린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 나이만큼이나 지킬 것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스스로가 건강을 지키는 것은 가족에 대한 약속이자 의무다.
건강을 잃어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그 가정의 미래는 언제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내게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많다.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또한 혼자인 어머니에게도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해야한다.
자식들에게도 자신이 하고 싶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좋은 친구와 마음을 나누는 여행도 해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산에도 열심히 다녀야 한다.
이 모두가 내가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다이어트는 나와의 약속이다.
힘겨운 인내의 시간과 나태에서 이겨내야 얻을 수 있다.
보다 멋진 나의 모습과 인생을 상상하면서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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