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중년의 여자친구에게

소우(小愚) 2009. 5. 20. 13:22

 

 

◆◇ 빈공간을 채워주는

                나의 소중한 이성친구에게

 

때로는 삶 때문에,

때로는 이성이란 이유 때문에,

추억이란 기억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으로 삶이 풍성해졌음에도 마치 비밀처럼 숨겨온 것이다.

 

원망이나 아픔으로, 혹은 그리움으로,

문득문득 마음을 울리는 첫사랑, 혹은 학연이나 지연으로 만나,

내 삶에 들어온 사람이지만 삶을 흔드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까봐,

그저 시절인연으로 존재해야 하는 사람이다.

 

멀리서 혹은 가까이에서,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의 위로가 되는 사람이고,

만나면 이웃사촌처럼 금방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이지만,

각자의 삶에 갇혀 이렇게 세월속에서 추억하는 사람들로 살고 있다.

 

사적으로,

연락하기에는 망설여지고,

공적모임에서 만나도 어색한 대화를 나눠야하는,

친구이면서도 친구가 아닌 사람이 바로 이성친구라 할 수 있다.  

서로에게 우선이 될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어쩌다,

전화나 메시지가 와도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 따뜻한 답장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쩌다 경조사나 모임에서 만나도,

괜시리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지.

 

단지,

이성이란 이유로,

우린 그동안 자신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것을 잊고 산 건 아닐까?

 

어쩌면,

남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에게 남겨진 이성에 대한 못된 상상일지도 몰라.

보호색으로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동식물처럼 모두가 핑계인지도,

아니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해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것인지도.....

 

알다시피,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이성의 친구는 동성에 비해 친구관계를 유지하기 어렵잖아.

어쩌면 이 모두가 나만의 착각이고,

입장차이로 인한 오해의 산물인지는 모르지만 아무 때나 전화하고,

거리낌 없이 만나 술한잔 나누며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쉽지 않잖아.

스스로 떳떳해도 왠지 마음 한구석 찔리기도 하고.......

 

여자는 보살피고,

지켜야한다는 관습적인 고정된 가치관 때문에,

남자처럼 말이나 행동이 자연스럽고 편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잖아.

별다른 뜻없이 한 말 한마디가 공연히 오해와 불편함의 빌미가 될까봐,

항상 조심해도 때로는 탈이 나거든,

 

작은 욕망의 끌림이,

때로는 이성적인 감정으로 변해,

공연히 친한 친구만 잃는 결과는 정말 조심해도,

좋아하는 사랑의 감정은 늘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남자는,

오랜시간을 함께하면 우정과 신뢰가 쌓이고,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사랑이란 감정이 자라나는 게 일반적인 것같아.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우정과 사랑은 분위기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잖니,

 

그래 물론,

사랑이든 우정이든 하기 나름이겠지.

그렇기에 마음이 어긋나지 않도록 선을 넘지 않아야 해.

웃기지만 중년에는 자존심 때문에 오히려 자신을 숨기려고도 해.

특히 말못할 고민일수록 하소연일지라도 들어주는 사람을 간절히 원하거든.

 

친구중에도,

고민의 성격에 따라 의견을 나눌 사람도 다를 수밖에 없잖아.

일반적인 말들을 쉽게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반면,

가슴속 말을 세심하게 들어주고 아픔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친구도 있잖아.

비밀을 털어놓기 무섭게 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면,

그건 정말 최악이거든.

 

동성의 친구는,

들어주기보다는 핀찬이나 놀림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쉽지만,

이성의 친구는 세심함이 있어 오히려 동성보다 더 위로받는 기분이 들거든.

이럴 때 어릴 적 추억을 함께한 중년의 이성친구가 곁에 있음은,

어쩌면 행운인지도 몰라.

 

친구란,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사람이고,

여자는 마주보는 사람이기에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는지도 몰라.

하지만 중년에는 이성친구라도 괜찮지 않을까?

스스로의 욕망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친구야.

때때로 말 꺼내기조차,

부끄러워했던 동심의 시절이 그리워.

그 시절에 너는 그저 상상속의 사람이었는데 말이야.

비리보기만 했던 사람이, 만남이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이 된 그 순간부터,

기대감이 생기고 이성에 눈을 떠 순수함을 잃어버리게 된 듯 싶어.

 

하지만 이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잖아.

그렇기에 이성이지만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곁에 설 수 있고,

비밀도 공유할 수 있는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된 거야.

 

친구야.

앞으로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편한 사람이였으면 좋겠어.

그리고 경우에 따라  어머니처럼 자상하고 누이처럼 살가운 사람이었으면 해.

외로움이나 답답함이 너로 인해 엹어졌으면 해.

 

앞으로도 우리가,

서로의 빈공간을 채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말한마디가 따뜻한 위로가 되고,

우연한 만남이 추억이 되는 소중한 사람이기를 소망할게.

시간의 언저리에 묻어가지 말고 스스로 시간을 채우는 사람이었으면 해.

 

친구야.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 서 있는 나의 친구야.

어쩌다 전하는 나의 모자란 안부인사에도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야 고마워.

건강한 모습으로 언제 만나도 서로에게 웃음과 기쁨이되는,

사람으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바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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