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억새를 무척 좋아한다.
황병산 줄기인 산촌에서 자란 나는,
어릴 때 부릴 소 먹일 풀을 장만하려 무새잔등이라는 곳으로 다녔다.
학교를 다녀 온 후 풀을 베다 보면 날이 저물기 일쑤였다.
이런 날,
억새가 많아 이름 붙여진 무새잔등에도,
보름달이 밝아오면 하얗게 부서지는 하늘거리는 억새는 너무나 아름다웠었다.
꽃가루가 날리는 붉어 여물지 않았을 때나,
까무잡잡한 씨앗이 보일 때보다 늦가을의 순백의 모습이 난 좋다.
그 때 어찌 낭만이란 걸 알았겠는가?
그저 눈에 보이는 그 아름다움만 느꼈었기에 그게 아름답게 보였으리라.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이렇게 삶에 찌들어 살지만,
이웃하여 함께 나뭇잎담배 말아피고 캑캑거리던 그 친구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