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어머니! 나의 어머니여.

소우(小愚) 2021. 9. 13. 14:24

 

◇ 분양소 양초에 핀 꽃

 

엄마, 사랑합니다. 

 

검버섯이 생긴 주름 가득한 얼굴과,

앙상하고 왜소한 모습으로 체념한 듯 바라보는 그 눈망울을 어찌 잊으리오.

나의 정성과 마음으로 아픔과 고통을 덜어드릴 수 없는 현실을 그 어찌 받아들여야 하오.

하루하루 병원 중환자실과 요양원에서 죽음의 고통을 넘나들며

삶의 마지막 고비를 감내하시는 그 모습을 어찌 뵈리오.

돌아오는 길마다 가슴으로 울었던 나의 불효가 못내 서럽습니다.

 

사람에게 삶과 죽음은,

철저히 혼자임을 새삼 느낍니다.

젊었을 때 그토록 많던 사람들로부터 늙어갈수록 점차 소외되는 것 같습니다.

 

정으로,

때로는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았던 그 시절이,

마치 내 인생의 전부인 듯 살았지만,

할 일이 줄어들고 경제적인 능력이 감소하는 황혼에는,

원치 저 혼자 인듯 외로움을 끼고 사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떠나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줄 수 없어,

먼저 떠나야만 했는지도 모릅니다.

 

늙어갈수록 주변에 사람이 필요합니다.

외로움을 나눌 사람도 필요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사람도 필요합니다.

나의 모자람과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아도,

좋을 친구나 가족이 더더욱 절실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이,

도움이 되지 않으면 찾지 않은 게 세상이치 아닐까요?.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왜 난 어머님께 다가가지 못할까요?

 

죽음은 슬픈 일이 아닙니다.

죽음보다 더 슬픈 건 늙고 병들어 아무것도 못하는 삶이죠.

어쩌면 오늘 살아가는 느의 모습조차,

소중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삶인지도 모릅니다.

 

죽음보다 더 못한 삶을,

단지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야 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하루의 삶이 불행을 더하는 삶이라면,

아마 누구나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뭘까요?

아마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사는 것일 겁니다.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들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삶이,

바로 그 사람의 삶의 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때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즐겁지 못하는 삶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지나보면,

모두가 후회스럽습니다.

건강할 때, 이루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열심히 하고 살아야 하는데, 난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머님의 고통의 시간이 마지 내 것 인양 가슴 가득 밀려듭니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모시고자 했던 우리 남매들의 다짐이 공염불이 된 듯 합니다.

어머니! 부디 쾌차하여 우리 곁으로 돌아오세요.

 

엄마 사랑합니다.

어린시절 불렀던 그대로 이젠 엄마라 부르고 싶습니다.

배고프면 배고플세라, 아프면 아플세라 품어주셨던 따뜻함이 그립습니다.

좋아지면 고향집으로 모시고 가겠다는 약속마저,

어쩌면 기대에 그칠지도 몰라 두렵습니다.

그러나 엄마, 부디 힘내 이겨내 주세요. 

 

어머님을,

요양원으로 모시며 썼던 이 글이,

이젠 안타깝게 어머님의 영전에 올리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떄로는 사랑의 매로, 때로는 깊은 사랑으로 감싸안아주셨던 어머님은,

우리 남매에게 살아가는 버팀목이었습니다.

 

부디 마지막 날,

분양소 양초의 꽃송이처럼,

고통이 없는 천국에서 편안히 영면하시실 간구드립니다.

엄마라는 그 이름은 아마 내 삶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그립고 그리울 것입니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여.

세상의 수많은 인연 중에 당신과의 인연이 내 생애 최고였음을 기억합니다.

어머니라는 숙명 앞에 나의 모자람을 채워주셨던,

당신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좋은 기억만 남아,

오래도록 소중함으로 남아주세요.

하나님의 나라에서 기쁨으로 사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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