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생일소회(生日所懷)

소우(小愚) 2016. 3. 11. 09:46

   

     ○○ 미역국은 먹었어?

     

     오늘이 나의 56세 생일이다.

     주변에서는 축하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오지만 왠지 마음은 편하지 않다.

     매년 생일은 어김없이 다가와도, 1년이 다가도록 늘 그 자리에서 맴도는 나로서는 축하가 거북스럽기만 하다

     축하받는다기보다 왠지 모르게 삶이 더 옥죄어오는 듯한 기분에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비록 축하의 자리지만 언제부터인가 오히려 짐이 된 듯싶다.

 

     가난했던 어린시절의 생일이 더 생각나고 그립다.

     내 생일은 계절은 봄이지만 따뜻한 날보다는 추운 날이 더 많다.

     그리고 골골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춘궁기라 산촌에서는 먹을거리가 한창 귀할 때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라 끼니마다 옥수수 타겐 것에다 감자를 깎아 넣고 지은 밥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생일에는 가마밥솥 한구석에 한 움큼의 쌀을 따로 안쳐 푼 밥 한 그릇이 유일했다.

 

 

 

 

     거기다 어쩌다 생선장수라도 다녀가면 자반고등어 한토막이 나왔다.

     그러니 형제자매들이 많은 가정에서 쌀밥은 생일이나 제삿날이 아니면 구경하기조차 어려운지라,

     왠지 생일날은 대접받는 듯했고 모두 그 날을 기다리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생일날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부엌에서 밥 짓은 어머니께 셀수도 없이 쌀 밥 하느냐고,

     물어보던 기억이 지금도 생각난다.

     쌀이 떨어져 애끓던 모정은 알지도 못했다.

 

     그래서 생일날이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항상 어지름 증을 호소하고 다친 허리가 아파 힘들어하시면서,

     굳이 생일상의 쌀밥이나 자반고등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자식들을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어머니에게서 내 어린 날의 철없는 자화상이 생각날 때마다,

     함께하지 못하는 현실이 마냥 죄스러울 뿐이다.

 

     아침 일찍 “미역국은 먹었어.”라고,

     전화너머로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울컥 눈물도 흘렸다.

 

 

 

 

     생일이나 기념일도 기다림이 있던 어린시절이 좋았던 것 같다.

     비록 옥수수쌀이 드문드문 섞인 쌀밥이지만 어머님의 사랑과 정성이 함께여서 그럴 것이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그 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나이가 들어 건강 때문에,

     맛있는 음식조차 가려야 할 나이가 되면 이런 생일의 즐거움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선물도 기꺼운 마음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생일 전날 가까이 사는 형제자매부부들이 모여 식사를 함께했다.

     그리고 생일날 저녁,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김치만두를 빗어 끓여주었지만,

     며칠 전부터 장이 탈이나 많이 먹지도 못했다.

 

     지금은 먹고 싶으면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음에도,

     어머님이 차려주시던 그 옛날 생일상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이 더 짙어질수록 부모님의 깊은 정이 더 그리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일인 오늘, 부모님이 그 사랑과 정성이 몹시도 생각나는 하루다.

 

     < 사무실 화분 속의 돌단풍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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