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등불은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의 표현
나는,
어두운 숲속 산길을 잘 걷는 편이다.
그것은 어린시절 첩첩산중 산골짜기 가장 깊숙한 곳에 살았던 탓이 크다.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워낙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던지라,
하교 길에 조금만 놀아도 금방 어두워지곤 했었다.
집에 와도,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어야했기에,
아마 일부러 어두워질 때까지 놀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종종 어두운 숲 속 오솔길을 걸어야했기에,
지금도 어둠에는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음습한 구릉진 곳에서는,
왠지 오싹한 기분에 무서움에 떨었던 기억이 난다.
내 발자국소리에 조차 소스라치게 놀란 적도 있고,
낙엽 밟히는 소리나 바람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곤 했었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썩은 나무의 인광(燐光)이나,
어머니와 함께 마중 나온 개의 마주친 눈빛에도 자지러졌었다.
얼마나 긴장하고 걸었는지 한겨울에도 등줄기에는 땀으로 흥건했다.
아마 작은 불빛 하나만 있어도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음의 등불은,
남의 마음에 피우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피우는 것이다.
더러 누군가를 롤-모델로 여길만큼 너무나 닮고 싶을 정도로 존경하여,
내 마음의 등불이라 착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내가 주인이듯이,
마음의 등불은 내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지침서이어야 한다.
이처럼 마음의 등불은 일종의 삶의 나침판으로 내가 가야할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인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중심이며 삶의 가치인 것이다.
이렇듯 마음의 등불은,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오랫동안 억압과 가난에 허덕이며 살게 되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삶에 주눅이 들어 자신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은 물론,
추구해야 할 진실마저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말할 때 말하지 못하고,
참석할 자리임에도 미적거리고,
어울릴 자리에서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어른이 되고 경험이 쌓이면 자유로울 것 같지만,
실상은 할 수 없는 것들도 덩달아 더 많아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체면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삶을 통해 만들어 온 자신의 위치나 명예 때문이기도 하다.
이해관계에 있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하고,
막상 그 일을 했을 때 결과에 대한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어둠이 있어 빛의 고귀함을 알고, 어려움이 있어 그 삶이 고귀한 것이다.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서,
삶을 함께하는 동안 그렇게 알게 모르게 서로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영향들이 자라 마치 좌우명처럼 가슴에 새기고 실천할 때,
비로소 내 마음의 등불이 되는 것이다.
어머니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스승은 학생들에게 빛을 밝히는 마음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
어려움을 이기고 삶의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마음의 등불은 이렇게 사람들을 통해 그 빛을 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