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나의 명상록

사과(謝過)

소우(小愚) 2015. 3. 19. 16:46

    

○○ 사과는 우선순위가 필요 없다.

 

사과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사과는 사람사이의 정을 두텁게 하고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잘못에 대한 사과를 마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사과가 무슨 용기인양 미화되기도 하지만, 진정한 사과는 바로 자신의 잘못을 마음으로 인정할 때 가능하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자신의 잘못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그 어찌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할 수 있겠는가?

 

사과는 가능하면 늦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과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화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상황에서의 사과는 도리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을 추스르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 상황을 냉정하게 볼 수 있을 때 사과하는 것이 좋다.

잘못은 늘 자신의 이익이나 입장에서 말하고 행동할 때 저지르기 쉬우므로 가급적 사후 점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과에는 약하다.

사과뿐만 아니라 고마움에 대한 감사의 인사 역시 그렇다.

어쩌면 이 모두가 권위적인 가부장적 전통문화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보다 재력이나 힘이 강한 사람에게는 굴종에 가까울 정도로 스스로 낮추면서도,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사과는커녕 도리어 압박감을 느낄 정도의 더 강한 힘으로 해결하려고 든다.

 

사소한 잘못의 대부분은 자기 기분에 취할 때 저지르기 쉽다.

상대방은 전혀 그런 뜻으로 말하거나 행동한 것이 아님에도, 자신의 느낌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기분이 좋을 때나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것도, 공연히 트집을 잡거나 말꼬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늘 함께 있어, 상대방의 기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면 모를까, 대다수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감정에 대한 적절한 통제는,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시시때때로 상대방의 눈치를 보면서 사과를 남발해서도 안 되지만, 사과가 필요하게는 결코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누구의 잘못인지 서로는 분명하게 아는데, 상대방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하면 왠지 화가 나기 마련이다.

침묵으로 시간만 흘러가면 해결될 것이란 생각보다는, 매듭을 풀려는 노력을 다함이 옳다.

그런 일이 자주 반복되면 신뢰가 무너짐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사귈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잊어라.

 

다소 과격한 생각인지는 모르게지만,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 서로 헤어진 뒤, 어느 한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순간 그 인연도 끝이다.

어쩌다 삶을 뒤돌아 다시 그 인연이 이어져도 예전과 같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억지스럽고 강요된 사과보다는, 진심어린 용서가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용서는 사과가 없어도 홀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별에도 결코 단절할 수 없는 이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난 소중함의 대명사 가족이다.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 가족은 때로는 선제적인 사과나 잘못에 대한 분명한 지적도 필요하다.

이상스럽게 사람은 친분이 더 돈독할수록 감사나 사과보다는 이해와 용서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잘못에 대한 사과는 우선순위가 필요 없음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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