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서로를 바라보고 살자.

소우(小愚) 2013. 2. 14. 10:54

 

 그 언제인가처럼,

 원하든 원치 않던 내게 주어진 시간은 변함없이 흐른다.

 그리고 내게 쌓이거나 또는 얻어진 것만큼,

 잃어버렸거나 사라진 것들에 대해 아쉬움과 그리움을 더해야 한다.

 

 젊은 날의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는,

 합리적이라는 이름의 계산적인 삶만 남아,

 정작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들조차 마음에서 밀어내고 있다.

 사랑과 행복이었던 소중한 가치들을 이기심이란 허물로 덮어버리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소중함을 알 즈음이면,

 내 곁은 떠나 간 뒤가 대부분이다.

 어린 시절에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세배 돈에 대한 기대감으로 온지 모르게 들뜨고 가슴 설레었는데,

 부모가 되어 오십이 지나서부터는 명절증후군이라도 걸린 듯 늘 마음이 편치 않다.

 

 거동조차 힘들어하시는,

 양가 어머님을 만나 뵐 때마다 ,

 반가움에 앞서 걱정과 안쓰러움에 어쩔 줄 모르게 된다.

 그래서 명절이 끝나도 못 다한 죄스러움과,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이 진정으로,

 삶이 소중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될 때는,

 아마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마주서 본 경험을 가질 때가 아닌가 싶다.

 오십 전만 해도 죽음이 나와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그리 깊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장수하시는 부모를 모셔 본 사람이라면 스스로의 의지로 살지 못하는 하루하루가,

 그 얼마나 허망한가에 대해, 하루하루 느끼지 않는 날이 드물 정도다.

 

 자신이 구박받는 것조차 모른 채,

 단지 생명을 유지하고 산다는 것, 이것이 과연 진정한 삶일까? 

 부모나 가까운 지인들의 그런 삶 뒤에서,

 차라리 죽음을 원하는 부양의무를 진 사람들의 모순된 애환을 어찌 함부로 욕할 수 있을까?

 

 자식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모두가 죄인일 수밖에 없다는 말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내 몸이 아닌데 어찌 당사자처럼 어찌 빠짐없이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부모와 자식간처럼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사람일수록,

 서로에게 애증도 함께 가지고 있다.

 

 서로에게 좀더 잘해주지 못함이,

 마음의 부담으로 남아서 병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정으로 멀어질 수 있을까?

 마음의 아픔이 있어도 진심어린 사죄의 말 한마디,

 눈물 한 방울이면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것을 서로만 바라본다.

 

 그러므로 명절을 계기로 삼아,

 먼저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먼저 상대방의 용서나 이해를 구하기라기보다는,

 내 마음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

 아무리 미워도 살아있을 때나 가능하지 죽으면 모두가 끝이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의식하지 않아도 늘 서로를 바라보고 산다.

 미움과 원망이 쌓여 막상 멀리 있는 것 같지만,

 명절이 오면 늘 시린 가슴 한 쪽을 어루만져야 한다.

 

 그렇기에 부모님이 계신 곳,

 부모님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은 언제나 마음의 안식처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모자람을 부모형제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내것을 나눔으로서 서로의 소중함을 증명하여야 한다.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만나고 찾아갈 수 있도록 서로에게 불편함이 되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사람이,

 뒤를 돌아보는 것은,

 그동안 지켜왔던 소중한 가치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자신이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또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번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이미 지나 온 길에 대한,

 잘못을 후회하거나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왜냐하면 삶은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처럼 오직 단 한번 뿐이다.

 뒤돌아보면 단 한번이라도 만족했을까 싶을 정도지만,

 그래도 우린 자신만의 가치로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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