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내게 있어 사랑은 낯선 말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글이나 마음이 아니고는,
입으로 말하기조차 어려운 숨겨진 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너무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아 창고에 쌓여진 채 버려진,
어린 날 내 품에 있던 곰 인형과 결코 다를 바 없다.
삶이란,
전쟁에서 밀려,
어느 날 불현듯 추억하듯,
느껴야하는 감정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난 한순간도 사랑을 잊고 산적은 없다.
너무나도 소중해 차라리 가슴 깊숙이 숨기고픈,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어 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사랑을 어쩌면,
애완동물처럼 여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제나 내 품안에만 가둬놓고,
나만 바라보고 나만 원하도록 길들이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밥을 주고, 지켜주고 보호하고, 나로 인해 즐겁고 행복해 하고,
나로 인해 슬퍼할 수 있는 나만의 애완동물로 말이다.
별빛이 아름다운 것은,
별과 별 사이의 어둠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처럼,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뜨거움 뒤에 남은 여운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애완동물처럼 사랑 역시도 품을 떠난 사랑은,
사랑이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은,
많이 아파야 간절해진다.
왜냐하면 내게 간절한 것들이어도,
상대방에게 까지 간절하기를 바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은 일방적이기 쉽고, 그 일방적인 감정이 지나쳐,
스스로 상처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보고 싶어서 그리워서,
밤새도록 뜬 눈으로 보냈다 한들 상대방은 알 수 없다.
그렇게 사랑은 온 몸에 상처가 나고, 열꽃이 돋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스스로의 사랑을 지켜야 비로소 자신만의 사랑이 되는 것이다.
그 어찌,
나 아닌 누군가를 가슴에 담기 위해서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마음으로 눈물도 흘리고, 몸으로 발버둥치는 고통을 각인시키는 과정을 통해서야,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왕처럼,
또 때로는 죄인처럼,
기쁨과 슬픔을 이겨낸 뒤에야 얻어지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생각만으로 행복해지고, 생각만으로 눈물이 나는 그런 사랑이기에,
이별 뒤에도 원망보다는 그리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헤어져 있는 순간보다,
함께 할 때 더 아프고 힘든 것인지 모른다.
비단 청춘남녀의 사랑이 아닐지라도 사랑은 본시 아프다.
그저 자식의 행복을 위해 모두를 희생하는 부모의 사랑도,
더 베풀어주지 못하는 모자람 때문에 아프다.
사랑은 무엇인가,
남겨진 못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위해 내게 모자란 것까지,
아낌없이 주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사랑은,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남들은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는데 저 혼자 눈물을 흘러야 하는 것,
매일 반복되는 하루일지라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행복하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사랑이 아픈 것은,
이성이 아닌 감성, 즉 마음이 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는 당위성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이니까 말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내 스스로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머리나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배우는 것이다.
반면교사고,
역지사지의 말일수도 있겠지만,
진정 누군가의 사랑을 원한다면,
그 사랑을 위해 많이 아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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