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덥다.
비가 오고 난 후라서 그런지 더 더운 것 같다.
목으로, 등허리로, 엉덩이 사이로, 땀이 베일만한 곳이면 어김없이 흥건하다.
에너지 절약도 하고, 겸사겸사 나잇살도 좀 빼고 싶어 그냥 견디려고 하니 온통 땀으로 목욕한 것 같다.
이렇게 땀을 흘려야 좋다기에 기를 쓰고 참고 있다.
특히 안경을 써야하는 내게 있어 얼굴에 흐르는 땀은 쥐약과 같다.
연신 안경을 치켜 올려야 하고 어쩌다 땀이 눈에 들어가면 따가워 무의식중에 땀을 훔치다보면,
안경이 땀에 얼룩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여간 불편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은 아니지만,
땀에 대한 스트레스에 민감하기에 자주 세수를 하게 된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어디 선풍기나 에어컨은 상상이나 했을까?
한 낮 더위를 참지 못하면 나무 그늘 진 응달에 앉아,
부채나 살살 부칠 수만 있었어도 세상 부러울 일 없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날씨가 무덥지 않았지만,
땡볕이 아무리 내리 쬐도 놀기에 바빠 더위조차 잊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덥거나 추워도 쉽게 견디지 못하니,
어쩌면 그동안 너무 편한 삶을 산 결과이리라.
그래서 올 여름에는 일이든 무더위든 가급적이면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을 보내고 싶다.
어쩌면 아직 여름의 절정도 아닌데,
벌써부터 더위를 힘겨워 하는 것도, 그만큼 마음의 빈틈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습도가 유난히 많은 비 오기 전이나 비 온 뒤 흐린 날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다.
몸도 공연히 착 가라앉고 머리가 아프거나 눈마저 침침해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옷들이 몸에 칭칭 감겨와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다.
그래서 시원한 곳만 찾으니,
몸의 밸런스가 무너져 점점 더 피곤이 쌓여가는 것 같다.
이럴수록 운동도 열심히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하는데 말이다.
더위를 탓하는 것은 일종의 사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자의 삶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듯이 더위를 느끼는 마음 역시 다르다는 것이다.
추우면 따뜻한 이불 밑이 그립고, 더우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시원한 것들이,
그리운 것이 바로 인지상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