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의 대관령
하얀 옷을 아직 벗지 못한 대관령은
나목이 그린 수묵화속의 여백을 채우듯
하나 둘 핀 봄꽃의 숨결에 흠칫훔칫 물안개를 토하고
발갈이하는 이랑 사이로
늙은 황소의 발길에 차인 봄은
4월 만우절의 거짓말처럼 아지랑이 되어 온다.
옹이 박히는 동토의 계절을 지나
해마다 화사한 봄꽃의 향연을 기대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꽃샘추위가 봄 계절을 훔쳐가고
한번 시작된 인생길은
멈춤 없이 연연이 이어지지만
단 한번도 욕망이란 그릇을 채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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