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보이는 세상은 온통 차가움으로 쌓여있다.
폭설이 내린 거리마다 비틀거리는 군상들이 위태롭게 걸어간다.
눈이 덮인 축 늘어진 나뭇가지는 삶의 무게를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낸다.
골목길 응달진 도로에는 서러운 삶이 덕지덕지 쌓여 빙판으로 변한지 오래다.
그렇게 나 역시 세상에 소외된 채 가슴 아픈 일기를 쓸 수밖에 없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고 또 일을 찾아 움직이기도 싫다.
그저 죽음에 이른 사람처럼 잠정조차 느낄 수 없이 잠들어 있고 싶다.
존재의 가치를 주장하지도, 내 것조차 요구하지 않는 침묵의 시간을 갖고 싶다.
그렇게 요즘 나는 외통수에 빠진 장기판의 졸처럼 도무지 답이 없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이유를 모르겠다.
아니 이유조차 찾고 싶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괜히 생각에 의지를 담아 움직이면 오히려 더 꼬이기만 한다.
어쩌다 입에서 나오는 말조차 짜증이 묻어나오고, 조금만 움직여도 제 몸에 상처를 남기기 일쑤다.
비록 내게는 아닐지라도 사랑하는 가족에게 만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을 터인데,
도리어 눈물만 흘리게 한다.
내 마음은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몸이, 말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내 몸이, 내 말이, 저질러 놓은 일을 남이 볼세라 수습하기 바쁘다.
어쩌면 내 몸이, 내 말이 더 진솔할 런지도 모른다.
스스로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난, 가식의 이불을 덥고 스스로를 가두고 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시간은 늘어가고 있다.
언제부터 난 상대방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딱히 지은 잘못도 없음에도 마치 죄인인양 시선을 돌리려고 애쓴다.
그리 모자람도 불편함도 없으면서 무언가 엄청나게 바라는 것처럼 욕심을 부리고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게 속한 것들만 귀중하게 여기려만 하고 남을 배려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기에,
항상 마음은 짐스러워 불면의 밤을 보낼 수밖에 없다.
내 마음에 눈이 내릴 때면,
동심의 그리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날 가슴에 피어났던 꿈들이 삶 속에 숨어들다 못해 이젠 더 이상 꿈으로 남아있지 않다.
어둠이 깊어지는 밤, 가로등 불빛 사이로 눈이 내리듯,
내 꿈 역시 그렇게 밝았다가 스러졌으리라.
과거가 쌓여 인생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꿈은 남아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이렇게 내 마음에는 서설이 세월의 더러움으로 물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