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나의 명상록

모르기에 당당할 수 있다

소우(小愚) 2010. 9. 19. 08:07

 

 

 

◆ 모르기에 당당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명이라 함은,

어떤 초월적인 힘에 의해 이미 정해진 목숨이나 상태를 의미한다.

때로는 숙명이라는 표현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운명이란 놈은,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결정된다.

 

때문에 사람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나 이성적인 것들이 아닌,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비논리적이라 여기기 쉽다.

그러나 이와 같은 힘은 그 자체로서는 결코 운명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불가항력적인 현상에 대한 극복일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살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주어진 현재의 상황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할 때,

그것을 운명으로 여기는 인간의 심리현상 중 하나일 런지도 모른다.

 

때문에 운명은,

주어진 상황에서의 한계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운명이란, 바보거나 무능력한 사람보다,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에게서, 더 많이 회자된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길에 맞서 부딪치고 도전해야, 성공이든 절망이든 그 결과를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모르기에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운명이나 미래를 모르고 사는 것이 더 행복할 런지도 모른다.

 

모른다는 것은,

때로는 사람을 불편하게도 하지만,

모름으로 인해 두려움이나 불안감은 그만큼 작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는 것이 병이다.>란 격언처럼 때때로 아는 것이 짐이 되고 벽이 되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모르기에 또 잔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른들의 말씀처럼,

알아도 골칫거리고 몰라도 골칫거리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모르면 그냥 지나칠 일도 알기 때문에 이런저런 참견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몰라서 오는 불편함보다 알아서 오는 불편함이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삶에,

잡다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오히려 하루를 속편하게 살 수 있음에도,

무슨 당치도 않은 도덕적 윤리적인 잣대를 대고 보면,

오히려 어렵게만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배움이나 경험을 통해 오히려,

나에게 주어진 삶을 점차잃어가고 있는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