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사랑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소우(小愚) 2010. 8. 21. 13:02

 

 

 

        

누가 나에게,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저 고개만 살며시 가로젖겠어.

젊은 날에는 고통이니, 희생이니 하고 잘도 떠들었지만,

사랑이 현실을 이기기란 지난할 뿐이야.

 

이젠,

알 때도 된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외로움은 그 크기를 더해가고,

분명 누군가를 그리워도 하는 것 같은데,

정작 기억에 떠올려보면 그저 모호할 뿐이야.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사랑이 뭔지  정말 모르겠어.

그래서 아직도 난  홀로된 사랑에 빠져 사는 건지도 몰라.           

분명, 한 때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였음에도,

이젠 빛바랜 일기장 속의 사연이 되어 버렸어.            

 

가슴 어디인가에는,

기억 어느 곳인가는 있을 것 같은 사랑이었는데도 말이야.            

이렇게 그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고 싶은데,

순수함이 사라진 시간만큼 희미해져 간 것일까?            

 

어떤 사람에게서,

어쩌다 만난 그 시절의 누구누구의 기억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음이 너무나 슬픈 건 사실이야.            

분명 그 때는 나의 전부였고, 내 인생이 되었던 사람이었음에도 말이야.           

세상에서 흥미롭고 재미있는 건 그것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야.            

 

요즘은 사랑도,

너무 흔해 흥밋거리에 불과한지는 모르지만,

어째든 그동안 나의 사랑이 하나이지 못한 반증이겠지.            

말로는, 머리로는, 분명 사랑이었음에도, 떠난 너의 자리를 메운 것도 사랑이었어.            

그렇게 하나의 사랑은 하나를 밀어내기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정작 내가 원했던 사랑은 완벽한 사랑이었을 뿐이야.           

 

서로의 가슴을 채우지 못하면,

결국 서로의 소유가 되지 못함을 알면서도 그러길 바랐던 것 같아.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사랑이 사랑을 메울 수 있다는 건,

아마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아.            

지울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미 사랑이 아니었음을 몰랐어.            

 

매일 매일,

시간 시간마다,

아니 숨을 쉬는 그 순간까지,

항상 내 곁에 함께 있었음을 잊고 싶었던 거야.           

 

너무나 보고 싶어,

너무나 그리워 가슴이 텅 비도록,

방관자의 입장으로 놓아두고 싶었는지 몰라.            

그래, 그렇게 누군가의 가슴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새겨진 흔적은,

죽음이 생을 갈라놓는 그 순간까지 아마 놓을 수 없는 운명인 게야.          

 

그래서,

사랑을 하게 되면 모두들 눈을 감지.           

눈을 감는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라도 내가 나를 가리지 않으면,

다시는 내게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까 두려웠던 건 아니었는지 몰라.           

 

어쩌면,

더 이상 사랑이 준 고통일랑,

시간의 뒷골목에 던져버리고 싶었던 걸 거야.

그래, 그저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을지라도,

새로운 변화가 그리웠던 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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