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삼복더위 피서

소우(小愚) 2010. 7. 28. 08:20

 

 

 

 

             와! 정말 덥다.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고 있어도 겨드랑이에는 어김없이 땀이 고인다.

             아예 서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덥다덥다 해도 아마 이런 더위는 근래에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작년이 오해보다 더 더웠다 하지만,

             그래도 작년에는 에어컨 없이도 그럭저럭 넘어갔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 날씨는 맑아 습도는 그리 많지 않아 불쾌한 기분이 적다는 게 위로가 된다.

 

             어린 시절 복날이면

             마을사람들이 모여 냇가에서 철렵이란 걸 했는데 지금 말하면 동네야유회다.

             복날이면 시냇가에 모여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놓고,

             집에서 기르던 닭이나 똥개를 잡아 푹 끓여 술과 곁들여 복 땜을 했다.

 

             이 날만큼은,

             민물고기 손질이나  매운탕 등,

             음식 재료의 손질은 거의가 남정네의 몫이었다.

             아낙네와 아이들은 주변에서 잔심부름을 하거나,

             술안주를 접시에 담아  내는 상차림이 유일했다.

 

             뭐, 요즘은 보신탕이나 영계백숙은,

             굳이 삼복이 아니라도 즐겨먹는 음식이지만,

             고기가 귀했던 예전에는 별도로 날을 잡아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보양식이라 할 수 있다. 

 

             워낙 더운 날에는,

             한 줄기 소나기라도 내렸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하지만 여름날의 더위 중에서도 가장 싫은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창문도 열지 못하는 습도가 많은 날일 것이다.

 

             가스레인지에다 요리를 하는 것처럼,

             샤워를 하고도 금방 몸이 끈적거리는 듯한 느낌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방바닥도, 침대도, 이불도, 심지어 입은 잠옷마저도 축축해 져 온 몸에 달아 붙는 느낌이다.

             어두워지면 서늘하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여름날의 밤은 유난스럽게 길게 느껴진다.

 

             이런 날에는,

             시원한 냇가에라도 나가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하는데...

             아니면 밤바다에 나가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삽겹살 파티라도...

             지금의 도시 사람에게는 피서나 휴가는 당연한 일처럼 치부되지만, 농촌에서 자란 나에게 익숙하지 않다.

 

             온 몸을 땀에 목욕하듯,

             별이 내리쬐는 조밭에서 잡초를 뽑노라면,

             어느 사이엔가 어둑어둑  들판으로 어둠이 내리곤 했다.

             이처럼 뭐니 뭐니 해도 일만큼 좋은 피서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자라서인지 난 바다보다는 계곡이 좋다.

             푸른 나뭇잎이 햇볕을 가려주는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기만 해도 좋다.

             그리고  개울 한 구석을 돌로 막고 가져간 과일이나 음료수를 담가놓고,

             파란 하늘에 흐르는 구름을 벗 삼아  누우면 만사가 OK다.

 

             가족과 함께,

             감자를 다듬고, 쌀을 씻고, 함께 만드는 즐거움만큼,

             오래도록 기억되는 아름다운 추억은 아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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