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남편, 그 쓸쓸한 이름

소우(小愚) 2017. 11. 16. 13:59

         

◆◇ 부부, 가깝고도 먼 이웃.

 

요즘 또래의 직장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자주 하는 주제가 아내다.

분명 한창 혈기왕성하던 40대에는,

일에다 술자리에 늦게 귀가해도 문제없었는데 요즘은 다들 아내를 무서워한다.

힘이 세서 두려운 것이 아니라, 경제적 주도권을 가진 아내의 잔소리와 무관심이 무섭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화를 내고 싸워봤자 서로 피곤하고 손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뻔히 서로의 속사정을 아는데 말이다.

 

아내들은 늘 자신들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참고 산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평소 당신이 아끼고 절약하고 살았기에 지금처럼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은연중 당신은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잘못일랑 남편의 몫이고 잘 익은 열매만 차지하려한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갑질을 당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회는 밀림의 정글과 마찬가지라,

나보다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사소한 일어서조차 갈등과 다툼은 수두룩하게 일어난다.

집은 서로에게 안식과 평화를 주는 휴식공간이 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집에 있는 시간을 더 힘들어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바라기보다는 배려하는 마음이 아쉽다.  

 

요즘 어느 집이나 대부분 맞벌이를 한다.

부자이든 가난한 가정이든, 자녀가 있든 없든 거의 모든 가정이 그렇다.

노인들은 자식들이 낳은 손자들 뒤치다꺼리에 몸살을 앓고, 아내들은 돈 번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남편들은 정작 아내들이 얼마나 벌어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통장으로 입금된 자신이 번 돈조차 어떻게 지출되고 관리되는지,

어쩌다 물어볼라치면 의심한다고 도리어 난리법석이다.

 

어쩌다 통장 지출내역을 보다보면,

각종세금이나 공과금들은 죄다 남편통장에 자동이체 되어있다.

그동안 늘 부족하다는 아내의 말에 주눅이 든 남편들은,

아내가 얼마나 벌고 어떻게 쓰는지 그리 관심도 없지만,

때때로 집안 경조사와 같은 큰일 때면 얼마라도 보태줬으면 하는 기대도 왜 없겠는가?

말 한마디면 숙취해소용 해장국도 끓여주던 마누라는 그 어디로 갔을까?

 

남편들은 늙어갈수록 가장이란 책임이 힘겹다.

거기다 정년도 다가오고, 자식들 일이나 부모문제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앞으로 쓸 돈은 넘쳐나는데 그 일에 맞춰 돈 벌 일은 그만큼 줄어들기에 미래가 불안하고 두렵게만 느껴진다.

그것은 아내들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기에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등을 긁어주는 사람이 최고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되새겨야 한다.

 

남편들은 늘 불안하다.

100세 인생이라 하는데 정년 이후 생활비를 벌만한 일자리도 없다.

퇴직금이라 한들 자식들 결혼자금으로도 부족하다.

어디 가서 체면치레라도 할 만큼 여유가 있었으면 하지만 이미 경제권은 아내가 가지고 있다.

늙어갈수록 남편들은 아내가 1순위지만,

아내에게 있어 남편들은 그저 돌봐줘야 하는 귀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남편들의 일상은 거기가 거기다.

아내가 왕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요즘 남편들은 청소하고 요리하는 것은 물론,

아내들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려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왔음에도 가족에게는 늘 미안하고 죄스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이 들어갈수록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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