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다.
나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이나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는 사람도 좋다.
예전에는 사람에 대한 좋고 싫어함이 표정에 확 들어났지만,
요즘은 가능하면 좋은쪽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고는 한다.
내가 조금만 참으면 모두들 웃을 수 있는데 공연히 별 것 아닌 것으로 마음 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나를 향한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눈에 콩깍지가 씌인 듯 그렇게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이렇게 사람을 나누거나 가리지 않아야 주변에 사람이 넘쳐난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부자이든 빈자이든, 다양한 사람들이 고르게 함께 해야 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이 다르듯, 각자 개성이나 성격이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진정으로 사람이 보인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 속에 내가 함께 녹아야 비로소 사람이 전해주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진정한 즐거움은 사람만이 채워줄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상처를 입을지라도 곁에 그 것조차 함께 나눌 사람이 있어야 한다.
대화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고, 일을 하고, 음주가무를 나누는 이 모든 일들은,
내 곁에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저런 트집을 잡고,
사소한 잘못조차 용서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면서,
함께 있어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때로는 알면서도 묻어줄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서로 간에 따뜻한 정이 생기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었다.
사람이 옆에 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분 좋은 일인지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보다는 사귀고픈 사람이 먼저 다가와주기만 기대했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지금도 난 사람과의 만남이나 대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래서 혼자 하기를 더 좋아하고 누군가 곁에 있으면 즐거움보다 불편함을 오히려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이다.
사람이 좋다.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
어머니가 있어서 좋고, 형제자매가 있어서 좋고, 아내가 있어서 좋고, 자식들이 있어서 좋다.
친구가 있어서 좋고, 선후배가 있어서 좋고, 동료가 있어서 좋고,
취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좋다.
이 모든 사람이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그저 다가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좋다.
때로는 위로가 되지 않을지라도 내 마음에 쌓인 답답함을 홀가분하게 그저 털어놓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있으면서도 이리저리 경계만 하고 살 것인가?
그리고 함께 있어 좋은 것도 많은데 서로 잘못만 따져야 하겠는가?
너무 맑은 물에 고기가 살지 못하는 것처럼, 때로는 상대방의 잘못마저 함께 나누는 넉넉함을 보여줘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사람으로 인해 그 가치를 증명 받고, 그로 인해 행복하기 때문이다.
싸우면서 친해지고, 헤어졌다 또 만나고, 그리고 인생에 대해,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즐거울 수 있는 것 또한 사람이 있어서다.
나이가 들어보면 사람만큼 소중한 것이 없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나에게 상처를 주고 손해를 주었던 사람일지라도 세월이 지나면 그 사람마저 그리워진다.
수구초심이라고, 나이가 들어 고향을 찾아가는 이유도 어린시절 순순하기만 했던 동심의 친구가 그리워서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나고, 회초리 들던 은사님의 모습이 더욱 더 선명해진다.
그러므로 누군가,
함께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따뜻한 밥 한 끼, 술 한 잔,
먼저 사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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